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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 본방보다 광고가 더 눈에 들어와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광고를 보면서도 그녀는 격렬하게 일을 한다.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볼 때 대개의 사람들은 광고 건너뛰기를 클릭하지만 그녀는 광고만 보고 본방을 건너 뛸 때가 많다. 케이블이나 종편 방송을 보다가 드라마 도중 광고가 갑자기 튀어 나오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녀는 오히려 광고를 볼 때 눈빛이 더욱 반짝거린다. 방송가에서 광고 판매 베테랑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대전지사의 김윤주 팀장을 만났다.

 

운근동죽(雲根凍竹), 대나무가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은 바위틈에 내린 촉촉한 뿌리 덕분이라고 했다. 엄동설한의 지상파 광고시장에 촉촉한 뿌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공영미디어렙, 코바코. 이곳이 23년째 그녀의 일터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어요. 방송사와 관련된 직업 선택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입사해서 10년 정도까지는 호시절이었어요. 광고주들이 지상파 광고를 선호했고 텔레비전 방송에 한번만 나가게 해달라고 줄서서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지상파 방송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독점하던 시기를 지나 케이블 방송이 생기면서 시청자의 관심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종편의 등장으로 방송광고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고 광고업계는 말 그대로 군웅할거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케이블 방송이 처음 생겼을 때만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종편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려는 했지만 지상파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할 거라 판단한 거죠. 하지만 지금은 케이블이나 종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광고주들에게 오히려 보너스를 주면서 광고를 유치하고 있어요.”

 

게다가 오랜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전지사만의 생존전략을 물으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만큼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는 것. 전국광고주 유치를 위해 한 달에 서너 번씩 서울로 출장을 가고 지역 핵심 광고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코바코 대전지사 영업팀의 일정표는 늘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23년차 방송광고 영업 베테랑 김윤주 팀장. 한 분야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을 물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네크워크’라고 말한다.
“친밀한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필요할 때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과 정기적인 간담회 등을 통해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영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는 말로만 하거나 안면으로 영업하는 시대가 아니라 시청률 자료 등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케이블 방송의 경우 많은 횟수를 저비용으로 송출하는 것이 강점이지만 지상파의 경우에는 높은 시청률과 공신력 등을 무기로 광고주를 설득해 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한 식품회사에서 6억 원 정도의 전국광고를 유치하는 성과가 있었어요. 이렇게 광고를 유치해서 방송사들이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게 저희한테는 가장 큰 보람이죠. 광고총량제와 중간 광고가 허용되면 광고시장도 좀 나아지고 침체된 지상파 방송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전지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역방송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 그녀에게 지역방송사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누구보다 지역 방송사의 사정을 잘 아니까 프로그램 경쟁력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포맷을 만들어내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봐요. 지역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나 아이템 발굴 등이 중요하겠죠.”


요즘은 저녁에 가족과 함께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즐겨본다는 김윤주 팀장. 자신의 일에 푹 빠져있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그녀는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