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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마라톤 중계방송이 예능보다 재밌다고요?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농구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에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아이돌 멤버가 아닌 윤여춘 해설위원이었다. 관련 키워드는 ‘윤여춘의 저주’. 정확한 분석과 재치 있는 해설로 폭넓은 팬층을 보유한 윤여춘 해설위원이건만, 그의 저주라니. 윤 해설위원의 활약(?) 덕분일까. 아육대는 올 추석 특집 예능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윤여춘의 저주? 재미 위해 망가지는 것쯤이야
일반적으로 코미디언보다 멀쩡한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 더 큰 웃음을 유발하기 마련. 그 웃음 법칙에 딱 맞아떨어진 윤여춘 해설위원이 2015 동아공주마라톤 대회 중계방송을 위해 대전MBC를 찾았다.

“육상전문 해설위원이 지목하면 예선 탈락, 실격 처리 되니까 그게 그렇게 재밌었나 봐요. 하하. 명절 때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니 재미있게 편집된 겁니다. 그럼 됐죠 뭐. 그런데 정말 윤여춘의 저주란 연관어가 있어요?”
대전MBC 방송국 로비에서 만난 윤여춘 해설위원은 호탕하게 웃으며 정말 포털사이트에 그런 키워드가 검색되느냐고 웃으며 반문한다. 대학 시절, 필드하키 선수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하던 그가 고등학교 체육 교사를 거쳐 다시 육상전문 해설위원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수많은 풍파가 있었다.
“교사 시절, 내 전공과 다른 분야를 아이들에게 지도하게 됐죠. 체육이라는 큰 범주는 같지만 육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꼈어요. 전문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니 죽어라 공부했죠. 다행히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거둬 저도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어요. 생각해 보면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 덕을 본 거죠.”
그러나 육상해설위원을 17년간 맡아오며 지금도 선수들 자료 분석으로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그의 열정을 생각한다면 제자들의 수상은 그저 굴러들어온 복은 아닐 것이다. 가깝게 보자면 지난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만도 일곱 경기, 8레인 선수의 개인사와 기록을 백과사전처럼 꿰고 있던 윤 해설위원이었기 때문이다. 단거리 육상선수부터 투포환 선수까지 47종목의 육상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물론 코치와 선수의 부모 얼굴까지, 화면에 잡히는 족족 그의 막힘없는 해설이 뒤따랐다. 그래서 윤 해설위원 앞에 붙는 수식어 ‘부동의 1위’는 아깝지 않다.

 

 

 

 

 

 

윤여춘, 육상 경기 해설위원 ‘부동의 1위’
“육상이 무척 재밌는 종목이에요. 더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어 해설을 즐겁게 준비하죠. 뭐 별거 없어요. 선수들 훈련소 자주 방문하면서 얘기 나누고 기록 살펴보고.. 제가 특별히 신경 쓰는 데이터는 시합 전 20일부터 체크하는 기록이에요. 우승자 예상을 잘한다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나름 데이터 싸움 같아요. 거기에 선수에 대한 애정 지수가 조금 포함된다고 할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윤 해설위원이 풀어 놓는 선수들의 데이터는 방대한 양이었다. 이런 그와 함께라면 마라톤이 지루하다는 건 그저 편견일 뿐이다. 이런 그의 해설을 오는 18일 중계방송될 ‘2015 동아공주마라톤대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공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에요. 금강을 끼고 달리는 공주 마라톤 코스는 선수들에게도 최적이고 시청하는 분들께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죠.”
윤 해설위원은 오르막 구간이 있어 선수들에겐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을 예상한다고 덧붙이며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공주의 자랑을 펼쳐놓는다. 그의 중계방송을 듣다보면 선수들의 전적과 우승 예상은 물론 마라톤의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체지방 관리 ‘꿀팁’까지 얻을 수 있다.“1931년에 시작한 동아마라톤대회는 한국 마라톤의 산증인 같은 대회죠.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 선수 등이 모두 이 대회를 통해 국민에게 이름을 알렸어요. 그만큼 유서 깊은 대회이니 많은 애정을 갖고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2015 동아공주마라톤대회 중계방송>
10월 18일(일) 낮 12시 10분
대전MBC TV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