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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의건강지킴이닥터人

수막구균패혈증



잊을 만하면 끊이지 않고 보도되는 뉴스가 있습니다. “군대에 입소한 훈련병이 고열이 발생한 후 다음날 사망함.” 이런 내용인데 자주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병의 경과는 마치 복사한 듯 똑같습니다. 어찌 이렇게 매번 예방하지 못했을까요? 이들의 병명은 바로 수막구균 패혈증이었습니다.


다양한 소아감염질환의 원인이 되는 수막구균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is)은 패혈증, 뇌염, 뇌수막염, 폐렴, 심내막염, 화농 관절염 같이 심각한 감염증의 원인이기도 하며, 부비동염, 중이염 등 흔한 소아감염질환의 원인균이기도 합니다. 이 중 수막구균 패혈증은 초기 증상이 발열, 근육통, 두통 등 일반적인 감기증세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24시간 정도 경과 후 하지부터 자홍색의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며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때 수막구균 패혈증임을 의심하고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만약 의사가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24시간 경과 뒤 환자는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막구균 패혈증의 치료 방법은 입원 후 적절한 항생제 요법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막구균은 반코마이신(Vancomycin),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Aminoglycoside) 등 소위 말하는 강한 항생제나 일부 제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턱대고 강한 항생제를 쓰는 것이 아닌 적절한 항생제의 선택이 중요한 까다로운 병원체이기도 합니다. 치료시기에 따라 수막구균 패혈증의 예후는 다양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사율은 10%이며, 사지절단, 청각상실 발생은 20%나 됩니다.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

하지만 수막구균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흔하게 발견되는 균이며, 전체 소아 5~10%의 비강 내에 잠복하는 등 보균자들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침입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강 및 구강의 점막을 통해 체내로 퍼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막구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잘 감염되지 않지만 소아나 군인, 노인처럼 면역이 결핍된 사람들은 감염에 취약합니다. 전체 면역체계 중에서 보체계(Complement System, 혈장에 있는 단백질로 구성된 다기능 방어시스템) 면역 결핍인 사람들이 특히 취약한데, 비장이 없는 무비증 환자들과 보체면역이 활성화되지 않은 2세 이하의 모든 소아가 해당됩니다.


많은 보호자들께서 수막구균과 가장 헷갈려하는 병원체가 뇌수막염균(Hib, Haemophilus influenzae type b)인데 저를 포함한 수많은 의과대학생들을 공부하기 힘들게 한 세균이기도 합니다. Hib은 과거 미국에서 1개월부터 4세 소아 뇌수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어서 뇌수막염균으로 통칭되었으나, Hib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된 1980년대 말부터는 심각한 침습성 질환이 95% 이상 감소하여 현재에는 Hib으로 인한 뇌수막염 환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수막구균 감염은 2세 이하의 아이들이 취약한데 과거에는 2세 이상에서만 접종이 가능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2세 이하에 접종이 가능한 백신이 개발되었습니다. 수막구균의 감염은 사망 및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뇌수막염균(Hib)백신으로 인해 소아의 뇌수막염 발생빈도가 현저히 줄었듯이, 수막구균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루어져서 더 이상 안타까운 뉴스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도움말 : 이종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리포터 : 김용삼 대전MBC 닥터인 (www.dr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