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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매니저

매니저

흔히 매니저라고 하면 영화배우나 가수 등을 돌보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영어에서 온 매니저(manager)라는 말은 ‘매니지(manage)’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관리하는 사람, 즉 관리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관리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최근에 관리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경험했기에 이 자리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식당이야기입니다.


그 식당은 대전에서는 이례적으로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곳곳에 유명 작가의 작품을 걸어놓고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쾌적하게 넓은 복도는 그 작품들을 감상하기에 적절한 규모이기에 걸어가는 한 순간도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그 식당에 갈 때면 언제나 10퍼센트 정도 불만이었습니다. 건물 방문객 수가 적지 않았기에 그 정도 규모의 식당은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저층에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치맥’ 술집과 카페가 여럿 있었지만, 격식을 갖추어 식사를 하는 식당은 그 식당 한 곳이었습니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넓은 정원을 내려다보는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이례적으로 넓은 잔디 정원에서는 간혹 유명 미술 작가의 조각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위치가 좋은 곳인데도 영업은 영 되지 않았습니다. 넓은 실내에 멋진 전망, 최고의 조건이었는데도 찾는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어려울 정도로 고가의 음식 값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식당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기에 1년에 식당 주인이 두번 정도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이 식당이 성공하지 못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비밀을 매니저에서 찾습니다.


음식 맛도 서비스도 신통치 않았던 그 식당에 발길을 끊었다가 몇 달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발점은 음식이었습니다.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면발’이 달랐습니다. 먹는 사람들의 식성에 따라 면발에 대한 기호가 다르기도 하지만, 적절히 쫄깃하고 적절히 고소한 맛이 담긴 면은 여운이 남는 맛이었습니다. 샐러드나 수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종업원들의 태도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종업원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홀에 있는 손님들에게는 무심한 편이었는데,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신경을 쓰는 ‘긴장도’가 한결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업이라고 크게 다를까요?

그 조직에 어떤 매니저,

즉 관리자가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달라질 것입니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매니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주방장이 바뀌었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방장은 그대로 이전의 주방장이라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전혀 감동을 느낄 수 없던 파스타에 평범하기 이를 데 없던 음식 맛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주방장은 그대로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 식당에서 달라진 것은 ‘매니저’였습니다. 그 매니저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음식 맛이 달라졌고 서비스가 개선되었습니다. 그 결과 손님들의 수가 늘어났습니다. 점심시간에도 한 두 테이블만 채우던 것이 이제는 넓은 홀 모두를 채울 정도로 바쁜 식당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종업원들의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정도이지만 그들의 긴장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종업원 부르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이제는 부르기도 전에 필요한 것이 있는지 살피고 있었습니다.


매니저는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식당에서 매니저의 할 일은 주방장과 종업원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그가 직접 음식을 요리할 필요도 없고 직접 음식 재료를 주문할 필요도 없습니다. 긴급한 상황 외에는 그가 음식을 나르는 일은 없습니다. 매니저는 주방장과 상의하여 주방장이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도록 동기 유발을 시키면 됩니다. 음식을 먹어보고 손님들이 좋아할지,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면 됩니다. 종업원들이 긴장하면서 근무시간에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매니저는 그 식당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나르지 않아도 식당이 손님들에게 쾌적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매니저의 일입니다.


가수나 배우의 경우에도 성공의 절반 이상이 매니저에 달려있다고 하지요. 요즘은 대형 기획사에서 일찌감치 탤런트가 있는 이들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거에는 어떤 매니저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기업이라고 크게 다를까요? 그 조직에 어떤 매니저, 즉 관리자가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달라질 것입니다. 식당에서는 요리와 서비스를 팔지만 기업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팝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매니저, 즉 관리자입니다. 식당의 운명이 매니저에 달린 것처럼 기업의 운명도 관리자에 달려있습

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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