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EO의창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번의 실수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수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원래는 ‘승패병가지상사’에서 유래한 말로, 전쟁에서는 이기고 지는 일이 늘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는 전쟁에서 오늘은 여기서 승리하고 내일은 저기서 패배하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의 전투와 패배가 모여서 전쟁의 승리로 이끈다고 생각하면 오늘 승리했다고 자만하는 것도 금물이고 내일 패배했다고 포기하는것도 금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결정적인 실수라고 부릅니다. 역사상 결정적인 실수로 기록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마이클 두카키스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1988년 10월 13일, 두카키스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와함께 텔레비전 토론회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사형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터라 사회자가 두카키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아내가 강간당한 뒤에 살해당했다면 범인을 사형에 처하는 데 찬성하시겠습니까?” 그러나 두카키스는 냉정을 잃지 않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사형에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평생 사형제도에 반대해왔습니다.”


이성을 잃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지도자로서는 찬사를 받을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두카키스는 이 이성적인 답변 하나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야 했습니다. 그의 지지율은 하룻밤 사이에 49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추락했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 살해한 범인을 사형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두카키스의 답변은 유권자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가족을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 앞에서조차 이성을 잃지 않는 냉정한 후보에 대해서 국민들은 신뢰가 아닌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국민들은 가족에 대해 이성적인 인간보다 애정과 분노를 표하는 ‘인간적인 후보’를 원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강간 살해한 범인을 사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두카키스의 말을 거짓말로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말 한 마디로, 두카키스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차버렸습니다. 그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리스인 지미(1918~1996,Jimmy the Greek)’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1976년에서 1988년까지 미국 CBS 방송 ‘NFL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식축구 논평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리스인 부모 슬하에 태어나 마권업자로 활동하던 지미는 특유의 입담으로 1976년 CBS 일요일 축구 프로그램에 고정출연자로 등장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경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구 경기의 승자를 예측하면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습니다. 케이블TV도 없고 포털사이트도 없던 시절, 그는 지상파 3사(ABC, NBC, CBS) 체제에서 독무대를 즐겼습니다. 시청자들은 거칠면서도 유머가 있는 ‘그리스인 지미’에게서 대리만족을 얻었습니다.

 

"두카키스도 자신의 말을 후회했고 지미도 크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에 따른 결과는 이미 그들의 인생을 바꾼 다음이었습니다."

 

지미의 몰락은 한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1988년 1월 16일, 한 인터뷰에서 흑인 운동선수에대해 했던 코멘트 때문이었습니다. “흑인들은 운동을 더 잘하도록 육성되었습니다. 등까지 뻗은 탄탄하고 굵은 허벅지 덕분에 점프도 더 잘하고 달리기도 더 잘합니다. 이것은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흑인 노예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건장한 흑인 남성을 건장한 흑인 여성과 결혼을 시켜 건장한 흑인 아이를 낳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 한 마디로 흑인 사회는 물론 미국 사회가 지미의 ‘인종차별주의’에 분노했습니다. 거센 항의에 직면한 CBS는 12년 동안 ‘모셨던’ 그리스인 지미 스나이더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스포츠계의 명사로 최고 대우를 받았던 지미는 한 순간에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결국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 주변을 떠돌다가 8년 만에 사망했습니다. 스포츠계는 물론 사교계에서까지 이름을 날렸던 지미는 도박장 부근에서 아는 사람들에게 몇 천 원을 구걸하며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인생에서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두 번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열 번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실수가 있습니다. 인생에서 그 순간까지 쌓아놓았던 모든 것을 한 번에 날리는 결정적인 실수 말입니다. 그것은 행동일 수도 있고 말일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행동으로 인한 실수도 있지만, 말로 인한 실수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주식에, 때로는 도박에, 때로는 주먹을 잘못 휘둘러서 저지르는 실수도 있지만, 말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두카키스의 한마디 말과 그리스인 지미의 말을 보면, 그럴수도 있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두카키스도 자신의 말을 후회했고 지미도 크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에 따른 결과는 이미 그들의 인생을 바꾼 다음이었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CEO의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적  (0) 2017.02.09
  (0) 2017.02.02
어린이의 대통령 오바마  (0) 2017.01.19
아름다운 퇴장  (0) 2017.01.12
2017 신년사(新年辭)  (0) 201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