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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제가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가 난입니다. 화려한 빛깔로 활짝 꽃을 피우는 서양란도 좋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동양란입니다. 꽃은 과하게 크지 않고, 잎사귀 안에 몸을 숨긴 듯 조심스러우면서 그 향은 은은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 동양란입니다. 몸집은 작아도 그 기품은 그가 자리한 공간을 압도합니다. 집 베란다의 난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시사철 번갈아 슬그머니 꽃을 피웠다 지기를 반복합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조그만 봉우리를 내밀었다가 다음날 활짝 조그만 꽃잎을 벌려놓는 것을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지요.


난을 보는 기쁨을 회사에서도 맛보기 위해서 사무실 작은 테이블에 동양란 화분을 여러 개 올려놓았습니다. 꽃도 꽃이지만 멋지게 늘어지는 잎사귀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난들을 사무실 바깥으로 다 ‘이사’시켰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서 난과 저의 ‘궁합’이 맞지 않았던 탓입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는 어느 계절보다 겨울이 무섭습니다. 추위 때문에 몸을 웅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신까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머무는 실내 공간은 가급적 따뜻하게 두는 편입니다. 난방비가 많이 들겠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냉방비가 거의 들지 않으니 일 년을 평균하면 다른 사람과 비슷한 비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난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옆으로 비껴갔습니다. 난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내기까지 마음속으로는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끝내 결심을 했던 것은 ‘나를 위해 난을 고생시켜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이 되고는 더 그랬습니다. 히터의 온기 때문에 난의 꽃들은 사흘을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버렸습니다. 때로는 봉오리를 펼치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변색이 되어 뚝뚝 떨어지곤 했습니다. 사무실 안의 사정은 이런데, 복도 창가에 있는 꽃들은 싱싱하게 활짝 피운 꽃을 며칠이고 매달고 있었습니다. 결국 화분을 내보내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의 실력을 발휘하여 활짝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인사의 기본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편하기 위해 어떤 직원을 어느 자리에 배치하게 될 때, 그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인사라는 것입니다.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비실비실 쭈그러든다면 그것은 그의 직업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겨우 해낼지 모르지만 능력을 발휘하여 활짝 꽃을 피우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될 때, 상사들이 해야 할 일은 그 직원의 능력에 맞는 자리로 옮겨주는 것입니다. 아니면 그 직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작업 환경을 바꾸어 주어야겠지요.


어떤 직원이 실력 발휘를 못한다고 생각할 때 따뜻한 사무실 안의 난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 직원을 배치한 장소가 적절했던가 말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 업무가 좋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그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주는 것이 선배나 부서장이 할 일입니다. 활짝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판단은 옳은 것이겠지요.


사무실 밖으로 나간 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복도 창턱에 놓인 화분에서 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꽃을 피워냈습니다. 출퇴근길에 잠시 보는 꽃들이지만 푸른 잎사귀들 사이에서 뾰족이 올라오는 꽃봉오리들을 보면 ‘역시 잘했구나’ 하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사무실 안에서 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꽃들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없다면 그것은 이기적인 욕심에 불과합니다. 사람은 쾌적할 만큼 따뜻한 환경이어야 일을 할 수 있고, 난은 적당히 서늘한 곳이 최적의 환경이라면 양쪽에 다 맞는 환경을 설정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 쪽이 좋자고 다른 이(사람이든 식물이든)를 묶어둔다면 그것은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의 실력을 발휘하여 활짝 꽃을 피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인사의 기본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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