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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아침이 좋다>에서 <뉴스데스크>까지, 당신의 하루를 함께합니다

어두웠던 출근길처럼 퇴근길도 어둡다. <생방송 아침이 좋다>를 준비하기 위해 집을 나선 시각은 오전 6시. 그리고 <8시 뉴스데스크>를 마쳐야 일과가 끝난다. 남들 눈엔 강행군처럼 보이지만 시청자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는 것이 꽤 괜찮은 기분이다. 김지원 아나운서가 말갛게 웃는다.

 

2일부터 정식 출근을 통보받았다. 요란한 소리로 옆집까지 너끈히 깨울 알람시계 두 개부터 샀다. 경력직 아나운서를 뽑는다는 공고에 배포 크게 지원했지만 기대하진 않았다. 카메라 테스트에서 한차례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합격 전화에 상대방이(방송 관계자임이 분명할) 짜증 날 정도로 재차 삼차 물었다. ‘정말 제가 합격한 게 맞나요?’ 평범한 외모에 실수까지 겹쳐, 진즉 포기했기에 기쁨은 말로 표현이 안 됐다. 하마터면 대전MBC에 다시 확인 전화를 걸 뻔했다. 될 만해서 됐다는데 본인만 자신에게 박하다.

 

“웃는 거 빼곤 예쁘지도 않지만 일 하나는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요즘 한창 핫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오버랩된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고3 수험생을 덜컥 ‘오늘부터 1일이야~’라며 채용한 치킨집 주인장 앞에서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완전~’을 외치던 혈기왕성한 여주인공은, 본인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뭐든 닥치는 대로 척척 해내는 악바리의 모습은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김지원 아나운서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여주인공이 생각난다.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미소가 본인에겐 대수롭지 않은 장점이라니. 아무튼, 바쁜 아침을 김지원 아나운서의 미소로 열 수 있다니 올해는 출발부터 조짐이 좋다.

 

 

 

“뉴스와 <생방송 아침이 좋다>, 그리고 <건강플러스>와 <MBC 초대석>에서 시청자와 청취자들을 만날 행운을 얻었네요. 떨리는 마음 반, 즐거운 마음 반, 아니 그 이상으로 매일 매일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뉴스 첫 방송 날, 녹음 부스 안에 뉴스 시작과 끝 멘트를 꼼꼼히 적어 놓은 누군가의 쪽지라든지, 퇴근 후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와 후배의 뉴스를 모니터링해 주는 선배의 존재라든지, 김 아나운서의 열정에 자꾸만 기름을 붓는 못된(?) 선배들 때문에 오늘도 행복지수 상승 중이다. 그러나 행복은 행복이고, 뉴스는 여전히 어렵다. 경력 기간이 뉴스 진행 경력 기간과 같지만 늘, 언제나, 뉴스 진행은 어렵다.


“뉴스를 잘 진행하는 것, 아나운서로서 최고의 가치죠. 그만큼 뉴스란 아나운서의 자질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뉴스는 언제나 신중한 자세로 임합니다. 선배 얘기를 들어보면 절대 쉬워지지 않는 영역이 뉴스랍니다. 하하.”

 


자원봉사를 다니던 유기견보호소에서 보호 기간이 남았음에도 안락사를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유를 물으니 본인의 휴가 때문에 앞당겨 안락사했다고 직원이 답했다. 어쩌면 살아 있는 보호 기간에 반려 주인을 만날 수도 있었을 강아지에 대한 동정심은 어디에도 없었다. 강력하게 항의도 했으나 한낱 자원봉사자의 외침이란 무기력하기만 했다. 유기견의 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숨 쉬는 것에 대한 존엄함 아니 무기물로도 취급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행되는 유린 행태를 고발하는 현장 기자들의 존재가 소중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이 발로 땀으로 만들어 오는 뉴스를 더, 잘,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명감 때문에 자신이 늘 부족해 보인다고.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본인의 사투리도 김 아나운서에겐 늘 정신 차려야 할 복병이다.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애교와 만나면 이길 게 없다지 않은가. 한번쯤은 뉴스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예의 그 눈꼬리 접히는 예쁜 눈웃음과 함께 매력적인 사투리를 들려줘도 좋을 터이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가 보여줄 팔색조 매력을 기대해본다.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