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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목요일 건강 지킴이,국민주치의 오한진 박사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어요. 국민주치의란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붙더군요. 부담 반, 상당히 괜찮다는 기분 반? (웃음)”


작년 7월부터 <생방송 아침이 좋다> 목요일 코너 ‘건강 톡톡’에서 시청자에게 건강 정보를 들려주는 오한진 박사. 시청자가 보내는 소소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국민주치의’란 칭호가 붙은 것은 아마도 대답하는 면면에서 보이는 숨길 수 없는 애정 때문일 것이다. 의례 유명 의료인 하면 긴 대기 시간과 짧은 진료, 군더더기 없는 소견, 그리고 A4 용지 사이즈로 마무리하는 처방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물론 환자의 쾌차를 바라는 마음이야 어느 의사라도 한결같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목요일마다 쏟아지는 질문들의 쓰나미에 귀찮을 법도 하건만 어느 질문에도 소홀함이 없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신뢰감 있는 의견도 덧붙여 준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들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엄마가 영양제에 너무 의존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송년회 술자리에서 조금 덜 취하는 방법이 있나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간 기능이 좋은 건가요?’ 등등. 개인에겐 궁금한 질문이지만 전문 의료인에게는 조금 사소할 수 있는 질문들. 그러나 우리의 국민주치의는 예의 웃음과 함께 친절하게 답한다. 잔소리에 조금 가까운, 질문 하나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애정 때문이리라. NG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생방송에서 이렇듯 술술, 의료 정보와 자신의 소견을 능수능란하게 피력할 수 있는 의료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전 방송인이 아니잖아요. 부담감에서 벗어나니까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뭐 발음이 좀 틀려도 시청자는 ‘저 사람은 의료인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죠. 병원에서 환자에게 말하듯 편하게 해요. 제가 편하게 해야 보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으니까요.”

 


생방송이 있는 목요일, 새벽부터 KTX를 타고 대전MBC로 오는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오한진 박사는 이 또한 즐거운 생활 패턴이라고 싱글거리며 말한다. 나고 자란 대전에서 이웃 같은 시청자와 만나는 일은 보람이자 또 하나의 활력이다. 시간을 무한대로 소모하는 일도 아니고 방송 시간이 칼 같은 생방송이란 점도 그에겐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리허설 없고 시작과 끝이 정해진 스마트한 방송이 더없이 그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풍문으로만 들었던 ‘생방송 체질’이 바로 오한진 박사였다.


“처음 방송은 1995년이었죠. 지역 방송이었는데 그게 계기가 돼서 1997년 첫 공중파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땐 ‘생초짜’였죠. 공중파에 생방송. 얼마나 대본만 쳐다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지. PD가 세게 한소리 하더라고요. ‘아니, 선생님. 전문가잖아~ 왜 전문가가 자꾸 대본을 보고 OO이야~~’ (웃음) 그때 정신이 퍼뜩 들었어요. 내가 의료인으로서 출연하는 방송에 대한 답을 얻은 순간이었어요.”


방송이 아닌, 카메라를 매개로 문진하는 진료였다.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주치의 역할, 그 소명이 오한진 박사를 국민주치의로 20여 년간 사랑받게 만들었다. 받은 자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애정일까. 오한진 박사는 애정을 듬뿍 담아 대전MBC 시청자 중 특히, 주부들에게 각별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


“여러분은 세상의 불꽃입니다. 불꽃을 잘 태워서 세상을 환하게 만들 수 있도록, 올해도 힘을 내서 활기차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면역력은 칭찬과 성취감과 행복감을 먹고 산다. 그러나 이것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전업주부들을 생각하면 오한진 박사는 마음이 무겁다. 밖으로 나와 사람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길 바란다. 당연하게 받기만 했던 우리의 엄마와 아내. 그들을 잊지 않고 토닥토닥 격려해 주는 이 사람. 국민주치의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