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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대부3

대부3

시국이 어수선해서인지 최근 쉽게 잠이 들지 않습니다. 좀체 약으로 해결하는 성격이 아니라 수면제를 먹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뒤척이다가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어제는 저녁 무렵에 커피 대여섯 모금을 마셨더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새벽 4시 무렵에 텔레비전을 켜고 IPTV가 무료로 제공하는 영화 리스트를 훑어보았습니다. <대부3>이 눈에 들어와 선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대부> 1, 2편은 이미 보았지만 3편은 아직 보지 못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대부(The Godfather)>라는 영화를 생각하면 우선 주제곡이 떠오릅니다. 니노 로타가 작곡한 원곡 자체도 훌륭하지만 우리에게 는 앤디 윌리엄스가 부른 영어 노래 ‘Speak softly, Love(사랑아, 부드럽게 속삭여주오)’가 더 익숙합니다.


“Speak softly, love
And hold me warm against your heart
I feel your words
The tender trembling moments start
We're in a world, our very own
Sharing a love that only few have ever
known …”


한국어로 옮기면 낯이 간지러워지는 가사는 앤디 윌리엄스의 목소리로 유장한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사랑의 테마 음악이 무색하게 대부는 1, 2, 3편 모두 갱들이 주인공인 영화입니다. 시쳇말로 ‘깡패’ 영화라는 겁니다.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던 돈 콜레오네로부터 아들 마이클로 이어지는 갱 조직의 흥망성쇠를 그리면서 삶과 가족과 의리, 우정, 사랑을 다루는 작품이지요. 우리는 때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 빠지게 되고 그 상황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인생의 막다른 길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처연하게 보여줍니다.

 

‘깡패’들이 음모를 꾸미고 찌르고 쏘는 영화인데, 이 영화가 역대 최고의 영화들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은 드라마틱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에 리얼리티를 더하는 것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실감나는대사들입니다. “결코 너의 적을 미워하지 말라. 너의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Never hate your enemies. It affects your judgment,” “절대 너의 속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해라 Never let anyone know what you are thinking.” “친구와 돈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지 Friends and money - oil and water.” “돈은 총이야. 그리고 정치는 방아쇠를 당길 시점을 아는 것이지 Finance is agun. Politics is knowing when to pull the trigger.” 주옥같은 대사들 아닙니까. 슬며시 영화 속에 몰입하다가도 이런 대사가 튀어나오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명작이 주는 감동은 큽니다.


보고 또 봐도 감동은 그대로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감동이 더하는 경우도 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의미를


새삼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 1편은 1972년에 상영되었고 폭발 같은 반응에 따라 2편이 1974년에 개봉했습니다. 3편은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90년에 개봉되었는데, <대부> 1, 2편의 감동을 잊지 못했던 관객들의 요청이 있었지않을까 짐작해봅니다. 1972년 겨우 11살이었던 저는 물론 개봉 때 이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개봉된 작품에는 ‘싹둑’ 잘려져 나간 장면이 많았겠지요. ‘느와르 영화’라 불릴 만치 잔인한 폭력 장면과 당시 한국 정서에는 진도가 너무 나간 애정 장면 등은 잘려 나갔을 겁니다. 영화와는 별도로 앤디 윌리엄스의 ‘Speak softly, Love’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시절에 걸쳐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습니다. 이제는 골동품이 된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돌리고 또 돌리며 노래를 들었습니다.

 

<대부>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이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1편의 주연을 맡았던 말론 브란도는 요즘 말로 ‘개념 배우’였습니다. 미 대륙 원주민(인디언)들에 대한 차별에 저항한다는 뜻으로 그는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부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에는 브란도를 대신해 인디언 여배우 새친 리틀페더가나가 브란도의 성명을 대독했습니다. 영화계역시 언론 등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인디언들을 야만인으로 표현하는 등 인디언들을 비하했다고 말이지요. 명작이 주는 감동은 큽니다. 보고 또 봐도 감동은 그대로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면 감동이 더하는 경우도 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의미를 새삼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성장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하룻밤 잠을 자지 못했다고 기력이 빠지는 것은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3시간을 투자하고 아련한 과거를 떠올린 것은 영화가 명작이었기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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