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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루틴

루틴

언젠가 M스토리에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성과를 올린
선수들의 성공 비결이 루틴을 따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경우의 ‘루틴’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그것을 매일 실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좋은 습관을 만들어 매일 실행하게 되면 진짜 경기에 나가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평소에 실력을 쌓은 학생의 경우에는 자다가 일어나서 문제를 풀어도 실수 없이 풀게 되는 경우와 같은 이치입니다.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루틴이 망가지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나는 사소한 방송 사고를 보면 반드시 누군가가 깜빡해서 눌러야 할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든가 아니면 누르지 말아야 할 버튼을 누른 경우에 사고가 납니다. 멀쩡한 리포트가 나가다가 중간에 ‘다시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목을 고르는 ‘어흠’하는 기침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녹음한 리포트가 확실히 제 자리에 맞춰져 있는지 두 번 세 번 확인을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확인을 해야 하는 루틴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고입니다. 대형사고가 나는 경우를 보면 6백 건의 실수가 겹쳐져서 발생한다는 말도 있지요.


최근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
게 됩니다. 정해진 시간에는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나에게 맡겨진 일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나의 안위는 물론 조직의 안위에도 필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평생 해온 일이니까
대충 해도 기본은 돌아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기자의 경우에는 입사해서 한두 달이 지나면 시스템을 알게 되고 리포팅도 웬만큼 익숙해집니다. 길에서 누군가 알아보고 반가워하기도 합니다. 우쭐해지고 목에 힘이 좀 들어가기도 합니다. ‘물 먹는’ 사고는 꼭 그때쯤 터집니다. 기자들의 세계에서는 낙종을 물 먹는다고 자조적으로 표현을 하는데,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이상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반대로 특종은 정신 줄을 놓지 않고 긴장의 끈을 죄면서 촘촘하게 취재하는 습관이 있는 기자들에게 다가옵니다.

 

"루틴은 성공의 비결일 뿐만 아니라 사고를 막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나의 루틴이 무엇인지 매 순간 되새겨야 합니다. 나에게 부여된 임무는 무엇인지, 내가 받는 월급은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나는 오늘 무엇을 하기 위해 이자리에 있는지 매 순간 물어보아야 합니다.나의 임무를 생각하고 주변 관리를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빈틈을 헤집고 들어와서 그임무를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잘 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간단하지만 큽니다. 잘 되는 조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은 조직을 보면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고가 터지면 자신은 책임을 피하려고 하고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합니다. 조직이 잘되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나만 잘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잘 안 되는 조직의 특징입니다. ‘루틴’만 제대로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새삼 오늘 의미 있게 들립니다. 일자리가 없
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갖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년퇴직을 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퇴직하기 전까지는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얼마나 귀한 곳인지 몰랐다, 퇴직을 하고 나니 내가 하던 일이 엄청나게 느껴진다, 이런 말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고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것,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 ‘루틴’의 고마움 말입니다. 루틴은 성공의 비결일 뿐만 아니라 사고를 막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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