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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 만나면 좋은 친구! - 2016 충청남도 로컬푸드 직거래장터를 마무리하며

 

 

고객감사 행사와 함께한 마지막 날

 

올해 토요일은 대체로 맑은 날이 많았다. 비가 오더라도 장터의 부스를 펼치기 시작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그쳤다. 11월 19일 토요일. 올해 마지막 장터가 열린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침까지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비는 대지만 촉촉이 적시며 그쳤고, 따뜻한 온기가 장터를 감쌌다. 올해의 마지막 장터라는 소문을 이미 듣고 온 소비자들은 본격적인 시작 1시간 전부터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배추와 열무, 고추 등 김장 재료를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마지막 장터는 특별히 고객감사 행사를 준비했다. 평소보다 20% 가량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부담을 덜었다. 생산자들이 각자 준비해 온 쌀 한 봉지를 모든 소비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요즘 ‘금값’이라는 배추도 한 포기씩 나눠주는 곳도 있었다.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감사 인사였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 플랫폼이 되다

 

5월 28일, 올해 첫 충청남도 로컬푸드 직거래장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신바람 나는 장터가 이어졌고, 장날마다 인파로 북적였다. 2년간 무려 15만 명이 다녀갔고, 총 매출액은 무려 23억 원, 소비자 회원 수도 6,500명이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매출 수치보다 더 놀랄 만한 일이 있다. ‘장터에 불과한(?)’ 이곳에서 일면식 없던 생산자와 소비자가 ‘친구’가 된 것이다.
올 가을, 때 아닌 비로 밤이 떨어져 울상을 짓던 농가가 있었다. 농가는 장터를 한 주 나오지 못하게 됐다. 그를 찾던 한 소비자가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회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소비자를 모아서 직접 밤을 주우러 가겠다는 얘기였다. 또 어느 생산자는 판매 물품 이외에도 장터에 올 때 농촌에서 만든 친환경 먹거리를 챙겨온다. 장터에서 얼굴이 익숙해진 도시 소비자에게 덤으로 선물하기 위해서다.
어느 소비자는 생활용품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장터에 나오기도 했다. 시골에 사는 생산자에게 요긴하게 쓸 물건들을 챙겨준 것이다. 충청남도 로컬푸드 직거래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플랫폼이 됐다.

 

 

 

 

깐깐한 사업부, 통 큰 농부들이
결실을 이뤄내다

 

한 단의 열무가 매주 토요일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에 오르기 위해 봄부터 대전MBC 사업부는 그렇게 분주했나보다. 신청하거나 선정된 농가를 연초부터 방문해 자연적으로 재배하는지, 제초제는 치지 않는지 살핀다. 중간 중간 제초제 살포 유무나 농사법을 바꾸지 않았는지의 불시 모니터링은 필수다.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판매 컨설팅에 관련한 꾸준한 교육도 진행한다. 깐깐한 검수와 교육을 이수해야 판매 서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농가의 생산품은 장터에 오를 수 없다.
장터가 열리는 당일이면, 사업부는 매의 눈을 부릅뜨고 더욱 깐깐하게 물품을 검수한다. 속포장된 물건은 반드시 아래까지 꺼내 보는 것은 물론, 생산자들이 판매할 먹거리는 반드시 시식해본다. 조금이라도 상한 듯하거나, 알쏭달쏭해도 판매는 금지된다. 사업부의 깐깐함에 생산자들도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부의 취지에 동참하고 시간이 흐르다보니 결국은 생산자에게도 큰 발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물건이 최상품이니까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충청남도 로컬푸드 장터의 물품은 사업부의 깐깐함과 농부들의 뚝심의 합작품이다.

 

충청남도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소비자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충청남도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의 생산자들은 내 아이가, 내 이웃이,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해 농사를 짓는다. 소비자는 이들의 정성과 땀방울, 웃음 속에서 마음의 위안과 고향의 따스함을 느낀다. 특히 충남 15개 시·군에서 오는 농부들, 그들의 정겨운 말씨와 지역색이 강한 특산품들은 도시민들에게 특별한 향수를 전한다. 그냥 지나치던 소비자들도 어렸을 적 살던 지역이거나 사돈의 팔촌이라도 사는 지역의 생산자가 눈에 띄면 반갑게 말을 거는 일도 종종 있다. 아예 생산자를 방문하는 소비자도 생겼다. 연휴나 휴가차 충남을 여행할 때는 꼭 전화를 걸어 인사하고 들르기도 해 직접 물건을 구매해 오기도 한단다.


올해 로컬푸드 직거래장터에는 유독 경사가 많은 해였다. 충청남도·논산시·대전MBC·서천군 수협·농민들이 함께해 광역직거래센터 설립을 앞두고 있고, 이를 총괄할 ‘FNCplus’도 출범했다. 올해의 장터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소비자의 발걸음 속에 마무리 됐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가 한 해 농부들의 결실로 가득했다.
긴 동면 기간 동안 대전MBC 사업부는 내년 더 의미 있게 시작할 장터를 준비할 것이다. 생산자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땅을 다지고 새로운 농사를 준비할 것이다. 소비자는 기다릴 것이다. 내년 봄, 언 땅에 새싹이 돋고, 꽃봉오리가 입을 열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그때를. 봄이 오면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말말말

 

“서운하죠. 우리는 1년 내내 했으면 좋겠죠. 이제부터 토요일에 여기를 안 나오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요. 단골 소비자들도 보고 싶을 거예요. 내년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나올 거니까, 내년에도 변함없이 만나요!”
-청양 버섯 생산자 양동혁 님-

 

“처음엔 깐깐하게 교육하고 신경 써서 힘들었는데요. 결국엔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알았죠. 판로가 어려운 농민들 소득도 올려주고, 이렇게 친근한 도시 소비자들도 만나잖아요. 소비자들과 오랜 친구로 남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 물건 가지고 소비자에게 보답할게요.”
-당진 김 생산자 김성중 님-

 

“올해 늦게 로컬푸드 직거래장터를 알았어요. 어쩜 좋아, 벌써 끝이래요? 진작 이용 못한 게 아쉬워요.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린대.”
-관평동 소비자 신소영 님-

 

“거의 매주 이용을 했는데 마지막이라니,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어요. 더 길게 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데보다 신선하고 싸고 좋고 맛있어서, 내년에도 쭉 했으면 좋겠어요.”
-전민동 소비자 이용구 님-

 

 

 

조연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