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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사와 함께한 성심당 60주년 큰 걸음

 

“튀김소보로 시식하고 있습니다.” “판타롱부추빵 시식하고 있습니다.”
귀가 쫑긋 서고 눈이 번쩍 뜨이고 콧구멍이 벌름벌름하며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소리. 다들 기억하시죠? 대전의 대표 빵집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빵집으로 우뚝 선 성심당에 가면 들리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옛 충남 관사촌 비밀의 정원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감상하러 갔더니 관사촌 어귀에 성심당 60주년 특별전을 한다는 펼침막과 함께 관사 입구부터 귀를 쫑긋하게 하는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식하란 소리가 너무도 생생하여 ‘성심당 전시라더니 진짜 시식도 하나보네' 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를 안고 서둘러 공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창업 60주년 기념전시

 

한마디로 말하자면, ‘앗, 속았다’입니다. 시식한다는 스피커 소리는 그냥 녹음된 내용이었는데, 대전과 현대사를 함께해 온 성심당이 창업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서 ‘시식한다’는 소리로 마치 빵집으로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며 관람객을안으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아마 전시장 안에 고소한 빵 굽는향도 솔솔 풍겼다면 진짜 실감났을 것입니다. 입구에 겹겹이 드리워진, 알맞게 구워진 빵과 같은 색의 천을한 겹씩 제치고 미로를 탐험하듯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관사의 복도를 따라 나타나는 전시를 보며 점점 성심당과 대전이 지나온 시간 속으로도 함께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대전의 시간’,‘60년의 시간’, ‘나눔의 시간’이란 세 가지 주제로 전시하는데,오래된 제빵 기계들은 한눈에 봐도 수십 년 역사를 존재 자체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대전은 남한의 중간에 위치하는 교통의 요지로, 한국전쟁 후 원조 밀가루 등이 대전에 모였다가 다른 지방으로 갔기 때문에, 특히 칼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여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창업주도 원조 밀가루로 사업을 시작하여,자신의 종교인 천주교를 따라 ‘성심당’으로 상호를 정하였습니다. 정성으로 만든 빵을 팔며 굶주린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였는데, 1981년부터 아들인 임영진 대표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나눔의 정신을 2대에 걸쳐 실천하고 있습니다.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성심당의 작은 역사가 세운 큰 역사

 

성심당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 교황이 드신 빵을 만들며 대전을 넘어 세계의 빵집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이번에 교황청은 60주년을 축하하는 교황의 편지를 보내며 성심당 임영진 대표를 성 대 그레고리오 기사단의 일원으로 뽑아 세웠다고 합니다. 기사단은 천주교회에 봉사한 이에게 수여하는 훈장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창립주인 임길순, 한순덕 부부가 시작한 작은 걸음은 오늘의 성심당이 사회봉사 기업으로 우뚝 서는 큰 걸음이었습니다.

 

 

 


창업주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 <국제시장>처럼 북한의 흥남부두에서 시작합니다. 창업주는 함주에 살던 천주교 신자로 1950년 12월에 종교의 자유를 찾아 흥남부두를 탈출하였습니다. 흥남을 떠나는 마지막 피난선에 올랐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에도 등장하는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였다고 합니다. 부인, 자녀들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창업주 임길순은 평생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겠다고 다짐을 하며 거제도에 내렸습니다. 당시 농촌인 거제도에서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군항도시인 진해로 가서 냉면을 삶아 팔았습니다. 장사는 제법 되었지만 재료 수급이 쉽지 않아 임길순과 가족은 서울로 가는 기차를탔습니다. 다섯 시간을 달리던 기차가 고장이 나서 대전역에서 멈췄고 그런 우연이 바로 창업주가 대전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되었죠. 어쩌면 그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956년, 창업주는 대전 대흥동성당으로 찾아가 오기선 신부로부터 원조물자인 두 포대의 밀가루를 받아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을 열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성심당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당시에 받았던 밀가루의 두 포대는 빵장사를 시작하던 초심을 간직하듯 소중하게 보관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실물을 볼 수 있는데, 창립 60주년 전시장에서 만나는 가장 감명 깊은 전시물이었습니다. 성심당 창업 60주년 기념전은 11월 13일까지 옛 충남 도지사공관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주영선 / 대전MBC 블로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