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이맘때쯤이면 여러 가지 음식들이 생각납니다.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따뜻한 붕어빵, 호떡, 어묵과 같은 것들도 있지만,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김치’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데다 김장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김장 한 번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김장을 한다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되고, 또 남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면 보람은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에서는 대전광역시 자원봉사연합회가 주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공헌기업과 함께 하는 제8회 따뜻한 겨울나기 김장대봉사’ 행사가 있었습니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기도 싫을 정도로 찬바람이 부는 아침에 무척 많은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늘어선 부스 뒤로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배추들이 싱싱한 냄새를 풍기며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김장 속을 채울 양념들, 김장을 포장할 박스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9시부터였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시간이나 이른 8시 무렵부터 도착하여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색이나 분홍색의 긴 고무장갑을 낀 채 추운 날씨를 후끈후끈하게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김장대봉사를 위해 모인, 조금은 들뜬 표정의 시민들은 서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마치 약속을 한 듯이 속전속결로 김장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예상치 못한 배추농사의 흉년 때문에 김장대봉사의 어려움을 예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에 있는 여러 단체에서 십시일반 후원을 해준 덕분으로 김장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김장대봉사는 벌써 8번째 맞이하는 행사로, 이제는 대전의 대표적인 봉사행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5,000박스의 김장을 했는데, 올해는 1,000박스가 더해져 무려 6,000박스의 김장을 했습니다. 김장 김치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소년, 소녀 등 6,000세대에 10kg씩 전달될 예정입니다.
규모가 큰 봉사행사이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내빈들도 참석해 행사를 함께 했는데, 그 많은 분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김장시작’이라는 구호를 아주 시원하게 외친 후 소금에 절여진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솔선수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이어진 행사라는 것을 알려주듯 참여한 모든 분들이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춤거림 없이 김장을 이어나갔습니다.
온몸을 때리던 날카로운 바람은 신기하게도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잔잔한 바람으로 바뀌고 따뜻한 햇볕이 행사장에 내리쬐었습니다. 오후 3시까지로 예정된 김장대봉사는 처음에는 어마어마한 양에 ‘6,000박스를 언제 다 채울까’하며 막막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른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차츰차츰 쌓여가는 김장 박스를 보며, 뿌듯함도 함께 높아갔습니다. 수많은 김장 속재료 들 중에 가장 중요한 재료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정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김치대봉사 행사는 꽉꽉 채운 배춧속마냥 따뜻한 마음들이 꽉 찬 행사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 들어있는 김치가 이웃들에게 전해질 생각을 하며, 우리 사회도 따뜻한 온정으로 맛있게 익어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습니다.
김혜빈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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