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에서 12월 중순 이맘때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김장’입니다. 김장은 온 가족이 힘을 모아 한다고 해도 하루 종일의 시간이 소비되고, 김장을 끝내고 난 후면 온몸이 쑤실 정도로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겨울 내내 몸을 움츠리느라 뻐근하고 약해진 몸을 지켜주는 영양식단을 위해서는 김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를 수 없는 행사이자 한 계절 아니 한 평생의 대한민국 식단을 책임져 줄 김치를 더욱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은과연 무엇일까요?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대전MBC에서 방송되는 <허참의 토크&조이>의 이백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김치 손맛의 비법에서 김치 역사까지,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대한민국 김치 명인1호 ‘김순자’ 씨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30여 년 전 직원 1명으로 시작한 김치회사를 24개의 김치 특허와 하루 100톤이 넘는 김치를 판매하는 큰 회사로 성장시킨 명인입니다.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2007년 김치 명인으로, 2012년에는 식품 명장으로까지 등극하였습니다. 김치 명인과 식품 명장은 단지 김치를 잘 만들었다고만 해서 이룰 수 있는 길은 아닙니다. 전국 8도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발명하였고, 냄새가 나지 않고 짜지 않은 김치 등에 대한 특허를 꾸준히 내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김치를 사서 먹기보다는 직접 담아 먹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김순자 명인은 김치를 팔아보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내걸었습니다. 그 후 ‘86아시안게임’ 때 김치 지정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을 시작해 ‘88올림픽’에도,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한국의 큰 행사들에서 김순자 명인의 김치가 대부분 사용됐다고 합니다. 아마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고자 했던 김치 명인의 노력이 이러한 결과를 자연스럽게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성이 다른 각각의 재료들을
엄마처럼 안아주는 역할을 하는 좋은 음식"
걸림돌이 없었을 것만 같은 김순자 명인에게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중국산 김치에서 퍼진 기생충 파동이 가져온 한국 김치의 위기였습니다. 그 당시 김순자 명인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더욱 더 굳건해진 마음으로 김치 개발에 힘을 쏟았고, 김치가 익었음에도 남아있는 아삭함,다 익은 김치에서 나오는 제3의 맛 등을 개발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김치에 대한 정직함과 신뢰, 그리고 열정은 김치 명인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김치의 트렌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핵가족화되면서 휴대에 좋은 작은 포장의 김치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반드시 밥상에 있어야 하는 것이 김치였으나 요즘은 그러한 인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김치 외에도 먹거리가 많다 보니 김치 1인 섭취량은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점점 사라지는 김치를 보면서 김순자 명인은 김치를 멀리하고 있는 한국인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합니다. 김치는 수십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있는 최고의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김치의 소중함을 알고, ‘우리 김치는 우리가 사랑하자’는 생각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명인은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분들이 궁금해 했던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비법도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배추를 고를 때에는 적당한 물과 탄력이 있는 묵직하고 두꺼운 배추를 선택해야 합니다. 절임만 잘해도 김치의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니 국산 천일염을 꼭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산 천일염은 입 안에서 몇 번 굴려본후에 뱉어보면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치의 유산균을 만들어주는 원천인 젓갈을 잘 고르고, 꿀이나 엿과 같은 당을 첨가하여 유산균의 번식을 더욱 원활하게 해준다면 누구나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김치는 특성이 다른 각각의 재료들을 엄마처럼 안아주는 역할을 하는 좋은 음식입니다. 지금까지의 김치가 한국인만을 위한 김치였다면 이제 세계인이 함께하는 김치로 거듭날 때입니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김순자 김치 명인의 열정에 더 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김혜빈 / 대전MBC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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