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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ABU 단상

ABU 단상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53차 ABU 총회에 다녀왔습니다. ABU는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sia-Pacific Broadcasting Union)으로 69개국278개 회원사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 방송사들의 연합체입니다. ABU는 지난 1964년 회원사들 간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는데 뉴스와 프로그램 교환, 공동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기후변화와 정보기술 분야 등에서 해마다 여러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는 행사는 총회입니다. 주로 회원사가 있는 나라의 수도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회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관광지에서 개최할 경우 회의를 통해 그 지역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올해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열렸는데, 이스탄불이나 발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들이지요.


대전MBC는 MBC 지역사에서는 유일한 ABU 회원사입니다. 대전MBC의 경우 다큐멘터리 등 제작 능력이 아시아의 여러 방송국에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에 가입했습니다. 이미 자동차나 전자제품은 한국 제품들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고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방송 분야에서의 해외 진출은 제조업에 비해서는 상당히 늦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류의 확장과 전파로 인해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급속하게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도 여러 외국 방송인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상당수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겠지요. 저는 이번 총회에서 세 개 세션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표를 했습니다. WWW(WomenWith the Wave, 여성 포럼)에서는 한국에서의 여성 지위와 언론의 역할에 대해, 회원국 이야기(Members Stories)에서는 대전MBC의 혁신적 프로그램에 대해, 그리고 전문가 포럼 (Professional Forum)에서는 언론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ABU측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저는 흔쾌히 패널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4백 명이 넘는 참석자 앞에서 대전MBC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물론 세션마다 참석자 수는 조금씩 달랐지만 수백명 참석자 앞에서 대전MBC가 개최한 코이카 일자리 박람회나 로컬푸드 주말 장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돈 주고도 얻기 힘든 기회라고 할 것입니다.

 

 

 

발표를 한 다음에 어떤 이들은 코이카 박람회에 관심을 보였고 어떤 이들은 로컬푸드 주말 장터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며 추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에서는 쌍방향 프로그램인<아침이 좋다>의 퀴즈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임세혁, 김경섭, 유지은, 박윤희 아나운서의 모습이 수백 명 아시아인들에게 소개된 것은 뿌듯한 일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방안은 결국 ‘질 좋은 콘텐츠’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대전MBC가 기획한 데미스 하사비스의 강연이 VOD 다시보기에서 조회 수18,117회(10월 25일 기준)를 기록한 것은 시청자들이 질 좋은 콘텐츠는 스스로 찾아서 본다는 메시지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사비스의 강연 녹화는 타 프로그램이 VOD서비스에서 수백 회, 많다고 해도 1~2천 회의 조회 수를 보이는 것과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잘 만들면 누가 만들든,어느 지역에서 만들든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명품이라며 관심을 보이는 이탈리아 제품들의 다수는 중소기업들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요. 시계 명품을 만들어내는 스위스 기업들도 오랜 세월 동안 가업을 이어온 중소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직원 수가 많다고, 사옥이 크다고 자랑할 일은 아닙니다.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존재감 없던 케이블 회사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냅니다. 창사한지 몇 년 되지 않는 언론사들이 특종을 터뜨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도전이 거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극복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ABU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아시아의 방송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베트남과 홍콩의 방송사, 인도의 지역 라디오 방송이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ABU 총회에서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질(quality)이라는 것을, 잘 만들면 잘 팔린다는 것을 말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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