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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노벨상과 복종문화

노벨상과 복종문화

이달 초에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개최된 '바쿠 국제휴매니태리언포럼(BakuInternational Humanitarian Forum)'에 다녀왔습니다. 뒤에 포럼에 대한 소개를 하겠지만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댄과의 만남입니다. 댄 셰흐트만(DanShechtman)은 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입니다. 커피 브레이크 때 만난 댄은 한국을 잘 안다며 한국에서 온 저를 반색하며 맞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여성에 대한 찬사(?)를 이어나갔습니다.

 

“한국 여성들은 정말 완벽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멋지게 치장을 하지요. 얼굴도 마찬가집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성형외과에 가서 고쳐버려요.” 서울대에서 두 학기를 강의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는 한국 여성의 외모가 깊이 각인이 되었나 봅니다.


댄의 다음 말이 또 걸작입니다. “한국이 왜 노벨 과학상(화학상, 생리의학상, 물리학상등)을 못 타는지 아세요?”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꺼내는 걸 보면 아마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이 질문을 많이 받은 듯 했습니다. “그건 한국의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복종적(obedient)이잖아요. 유교문화 때문에 위에서 지시하면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창의성이 꽃을 피우지 못하거든요.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요. 지시하거나 복종하지 않고 머리가 자유롭습니다.” 댄 셰흐트만의 분석은 평화상 하나 말고는 노벨상을 받지 못한 우리나라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댄 셰흐트만 교수는 위가 아래를 누르는 ‘지시와 복종문화’의 결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고 따라서 대기업만 살아남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시작한 직원과 연구원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개발하면 금세 대기업이 이 기술을 가져가 버리게 된다는 건데, 그러면 사회의 창의력은 발휘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최근 일본에서 연이어 노벨상을 받고 또 수상자들이 유수의 대학 출신이 아니라 지방대학 출신이 많다는 것도 댄 셰흐트만의 분석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유튜브에서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더니 그는 2014년 이스라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력도 있었습니다.

 

경쟁자였던 리빈(현 대통령)이 두 차례나 국회 의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전문 정치인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모험을 한 것입니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이스라엘 정치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그가 이스라엘 텔레비전과 인터뷰를 한 걸 보면 그는 어린이 과학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 교육에 뭔가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

 

“이스라엘에는 훌륭한 대학이 많지만 어릴때부터 과학과 공학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주어야 합니다. 어릴 때 과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가르치면 그 아이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직접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하이파의 60개 유치원에서 과학을 가르칩니다. 하이파시장이 적극 지원하지요. 우리가 유치원 교사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면 그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과학 교육을 시키지요. 텔레비전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저는 교육방송에서 6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과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물리학에 대한 강의를 했고 앞으로 10회는 지구과학, 또 10회는 생물학에 대한 강의를 할 계획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이 프로그램을 봅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아주 재미있어요. 다음 단계로 초등학교, 중등학교의 과학 교육을 개선할 수 있겠죠.” 이렇게 과학자들을 길러내니 노벨상 수상자의 다수를 유태인들이 차지할 수밖에 없겠지요.

 

통계를 보면 노벨상이 생긴 이래로 약 850여명의 수상자가 배출되었는데, 이 가운데 최소한 20퍼센트가 유태인이거나 유태인 후손 이라고 합니다. 수상자 5명 중에 한 명이 유태계란 말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0.2퍼센트를 차지하는 유태인이 노벨상의 20퍼센트를 수상한다는 건 그들 교육에 뭔가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유태계는 경제학상 수상자의 41퍼센트, 의학상 28퍼센트, 물리학상 26퍼센트, 화학상 19퍼센트, 문학상 13퍼센트, 평화상 9퍼센트라고 하니 놀랍지 않습니까?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초청한 ‘바쿠 국제휴매니태리언포럼’은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제 포럼입니다. 국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 세계에서 각 분야 전문가 4백여 명이 참석했으니 꽤 큰 규모의 포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지도자에서부터 유대교, 기독교, 불교 지도자 등 종교지도자와 정치인, 관료, 언론인 등 그야말로 각계의 전문가들이 ‘다름’으로 인한 오해와 분쟁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로 열고 있는 포럼 입니다. 저로서는 포럼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댄 셰흐트만과 나누었던 대화가 인상 깊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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