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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대전 MBC와의 오랜 인연을 떠올리며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2006년<e-세상이야기>이란 프로그램에 주인공이 되었던 소중한 인연이 생각난다. 당시 한밭문화마당의 사무국장으로 4년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이른 봄날 전화가 걸려왔다. “저 대전MBC 정덕재 작가인데요. 소개 받고 전화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안 국장님을 소개하고 싶어요.”라며 지금 있는 곳으로 다짜고짜 오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갑천 하류의 전민동 탑립돌보에서 새를 보고 있는데,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잠시 후에 탑립돌보에서 작가를 만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왜 나를 취재하고 싶은지 설명을 들었다. 간단한 인터뷰도 아니고 40여 분 동안 휴먼다큐 형식으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어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내가 나가도 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대전을 알리고 현재 활동하는 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수락을 하였다. 그리고 사실 정덕재 작가가 제안했던 ‘대전탐험가 안여종’이라는 제목에 끌렸던 기억도 난다.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8~9회 정도의 촬영이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오랜 촬영 시간에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불평할 수 없었던 것이 정덕재 작가와 김우찬 촬영감독 등 제작팀의 열정과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사실 프로그램 작가는 촬영 전 한두 번 만나거나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대충 촬영 내용이나 구성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매번 촬영 때마다 작가가 동행하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소주 한잔 기울이며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 활동이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앞으로 꿈꾸는 것은 무언지 등 많은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던 것이 가장 고맙게 생각된다. 아마도 이러한 노력과 열정이 프로그램에 담겨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경험 덕분에 지금도 방송사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신뢰의 마음으로 바
라보고 있다.


당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방송에 짧게나마 함께 출연했던 아내나 딸이 아니었다. 바로 부모님이었다. 그동안 대학 보내고 번듯한 직장 잡고 잘 살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입장에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아들 뭐해?” 라고 물으면 “글쎄 뭐 하는지는 잘 모르는데 아주 바쁘대.” 정도로 얼버무렸던 부모님께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해주었고, 다행히 부모님들은 ‘좋은 일’은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대전둘레산길잇기’가 시민들에게 홍보되었고, ‘한밭문화마당’의 활동도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아이들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었던 ‘대전탐험대’의 신청자가 급증했으며, 주변에서 그동안 고생만 한다고 안타까워했던 지인들의 많은 격려를 받게 되었다. 또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얼마 있다가 유성의 한 주차장에 차를주차하고 주차비를 내려고 하니, 방송에서 보았다며 좋은 일하시는데 그냥 가라는 주차장 사장님의 배려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e-세상이야기>를 통한 대전MBC와의 인연은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었으며 지금까지 대전문화유산울림의 대표로서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늘 ‘대전탐험가안여종’으로 대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