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세월을 대전MBC와 함께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 세 곱절의 시간을 보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 30년 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결혼도 했으니 이쯤 되면 대전MBC는 나의 삶 그 자체다. 그 삶 속에는 기쁨과 눈물, 분노와 보람 등 수많은 애증의 흔적들이 스며있다. 총무부 J군과 선화동 사옥 정문 옆에 있는 2층 한영다방에서 마시던 커피 한 잔, 경리부 K군과 함께했던 볼링의 즐거움, 미술하던 L군과 함께 붙이던 노조 대자보, K군, Y군, L군과 함께 앉아서 밤새 즐기던 게임, 그리고 편집, 프로그램, 행사 등 한 순간 한 순간이 내 인생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이었다. 30년 세월을 글로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또 한 사람 한 사람 동료들과의 추억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저 지난 흔적으로 가슴에 남겨둘 수밖에 …. 이제 또 한 삶을 살고 싶은 나로서는 내일이 더 벅차게 와 닿는다. 퇴임 후 꼭 하나 느껴지는 것은 대전MBC가 참 좋은 회사라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회사에서 생활했기에 새로운 세상이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난 그 기억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섰다. 아이들은 앞으로 살 날이 많아 늘 내일을 말하고, 어른들은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기에 어제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아이이고 싶다. 내일을 이야기하고 내일을 설계하고 싶다. 하지만 대전MBC란 배를 타고 열심히 노만 젓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망망대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는 검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제 대전MBC란 배 대신에,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나만의 새로운 배를 띄우고 저 바다를 건너려 한다. 부유하는 뗏목보단 동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배를 끌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싶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의 두려움과 설렘은 밤잠을 설치게 하곤 했는데 지금 이 순간이 그와 비슷하리라 생각해본다. 대전MBC에서 보낸 지난 30년의 세월과 경험이 저 바다를 건너는 데 많은 힘이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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