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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사모광장

문화의 달, 문화예술로 샤워하기

한 음악평론가는 말했다. 오페라 공연에 백여 명이 출연하면 음악샤워의 느낌이 난다고. ‘샤워’가 그렇게 표현되기도 하는구나, 생각했다.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받은 후 추석연휴 기간을 제하고 15일가량 활동하는 동안 각종 전시와 공연,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소위 문화예술로 샤워했다. 코스를 정해 답사하듯이 전시와 공연을 다녀보면좋겠다 하는 마음은 늘 있었다. 예컨대 축제가 많은 요즘 같은 계절에 며칠 일정을 잡고 이동하면서 축제참관을 해보는 것이었다. 대전문화재단의 대표로 문화예술행사에 본의 아니게 참석하게 된 것이지만, 나름 소원을 풀어봤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 다니며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일정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시와 공연, 행사를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결론은 내가 알지 못하는 문화행사들이 이렇게 많이 있었구나 하는 것과 좋은 프로그램인데 관람객들이 적어 참 아까웠다는 것이다.


대전으로 이사와 대전의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이들과 함께 답사를 다니며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만났고, 우리만 즐기기 아까워 단체를 만들어 함께할 동지들을 더 많이 만들었다. 문구점에서 전지 크기의 대전지도를 사서 벽에 붙여놓고 보면서 ‘3,000원짜리 명화’라 이름 붙이고는 틈만 나면 보았다.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인 마을의 이름들 하나하나에 삶의역사가 담겨있음을 느꼈던 전율이 나를 문화판에 머물게 했다. 그것은 역사의식이라기보다는 인간 삶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보름 동안 내가 본 것은 초등학생들의 문화학교 발표회, 중등학생들의 뮤지컬 발표회, 마임 콘테스트에서부터 올 9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신임 지휘자가 된 제임스 저드가 이끄는 음악회, 지역 예술가들이 제작한 오페라 공연, 전국 시도 대표주자들이 출연하여 실력을 겨루는 전국무용제, 과학문화도시로 대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웃다리농악 경연대회, 판소리 고법 연주회,시민들의 대중적 문화 향유를 넓혀가기 위한 원도심 야외 공연과 지하도 공연 등은 문화예술계의 장르 간 융합 시도와 우직한 전승의 맥을 잇게 하는 정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6년 대전시민 함께 책읽기로 선정된 책은 한강의 ‘소년이온다’이다. 미국 시카고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지역민이 함께 읽는 책 선정의 의미는 공감대 의식의 확산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을 같이 이야기해 보는 대화의 주제가 된다.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선정위원들이 다루었던 여러 권의 책들도 소개하여 독서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대전문학관은 ‘문학 속의 대전’이라는 주제로 전시와 함께 콘서트를 열었다. 가을밤의 서늘함과 조곤조곤 이어져가는 대전 작가와 대전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 곁들여진 콘서트는 관객들의 마음을 이어주었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코스를 짜게 된다. 여행 책자에도 1일 코스, 2일 코스, 3일 코스등이 나와 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행사도 코스를 짜서 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 공연과 전시회를 다녀오는 숙제를 내주고 있다. 현재 기성세대들이 학교 다닐 때만해도 공연이나 전시회 한번 다녀오지 않고도 인상파, 야수파 등 미술계의 조류를 외웠고,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작품번호도 외우고 있었다. 상식은 있으되 내용도 문화적 감수성도 없이 배웠다. 색감도 좋지 않은 교과서 속 그림이 누구 작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교과서 속의 작품을 실제 봤을 때의 배신감, 이렇게 좋은 색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 작가와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만 가르쳤다.


대덕문화원의 토요꿈다락문화학교 프로그램은 300년 전 지역 여성문인이었던 김호연재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예전 같으면 시를 외우게 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시를 외우는 것을 넘어서서 노래로 만들어 부르면서 창작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김호연재가 살았던 고택에서 장소성, 역사성, 예술성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의 변화는 시대를 바꿔놓을 것이라 장담해 본다.


요즘 가족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하루 이틀 학교를 빠지는 것은 결석처리되지 않는다고 한다. 먼 곳까지 갈 것 없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의 달 10월의 문화예술 행사에 각자 스스로 코스를 짜서 참가해 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멋진 교육이자 문화예술로 샤워하기가 되지않을까? 그것이 자유학기제의 본 모습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