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했다.
33년여 희로애락을 가슴팍에 묻은 회한의 시간들이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회사는 부족한 나에게 여러부서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많이 주어 개인적으로는 경쟁력있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두번에 걸쳐 최장수 총무부장을 지낸 것을 비롯하여 사업부장, 광고부장, 영상부장, 기술국장까지 다양한 경험은 오래 남을 것 같다. 도룡동 사옥부지 구입 실무를 맡았을 때 우여곡절 끝에 한 장의 자기앞수표로 부지계약을 했던 일, 사옥 준공식, 그리고 주차장 부지와 연접부지 취득으로 회사 자산가치 증가에 일조했던 일등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일이다.
또 사옥 이전에 필요한 방송장비 구입 및 시스템을 비롯한 방송시설 이전과 관련해 기술적인 실무를 담당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기술국장 시절이었던 2012년에는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았다. 30여 년동안 아날로그 TV방송이 나오지 않았던 공주·논산지역에 중계소를 공동 건립해 디지털방송을 송출한 사업은 대전MBC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한 일로 가슴에 깊이 남는다. 중계소 공동 구축과 HDTV 중계차의 계열사 공동제작 구매로 예산대비 15억여 원 이상을 절감함 부분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직장생활은 희로애락의 결정체다.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하는데서 오는 보람과 기쁨이 있고, 선후배나 동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도 있다. 기본적인 업무보다 인간관계(HumanRelation)가 더 어렵고 복잡 미묘할 때도 있다. 사람 사이의 갈등이나 때로는 ‘뒷말’도 조직이나 상대방에 대한 애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조직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단,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대화하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면 해법은 언제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지만 어차피 회사에 다닐 것이라면 지금보다 회사를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회사 안팎에서 자기가 속해 있는 회사를 어설프게 네거티브하거나 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민망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밖에 나와서 부끄러운 가정사를 얘기하면 누워서 침 뱉기인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조직이든 갈등 없는 조직은 없지만 사람은 사람이고 회사는 회사다. 내가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고 기본적으로 회사에대한 애사심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나와 회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자리에서 후배가 ‘내 회사’라는 표현을 썼을 때 ‘심쿵’할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공영방송은 주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다. 동료 선후배 여러분이 열정과 정열을 가지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각각의 구성원이 자부심, 자긍심,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 갈 때 대전MBC도 최고의 가치로 빛날 것이다.대전MBC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좋은 선배, 동료들과 유능한 후배들을 좋은 인연으로 만나 지난 시간 행복했다.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 더 낮추고 겸손하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인간 최고의 덕목인 신뢰를 쌓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7년은 UHD TV방송이 시작되는 해이다. 비록 정보 습득이나 공유가 빠르지는 못하더라도 결코 뒤쳐지지 않도록 개인적인 역량을 준비하련다. “대전MBC,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M사모광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지 못한 비밀번호(588789967), 잃어버린 2년 … (0) | 2016.11.04 |
---|---|
지난 30년을 동력 삼아 새로운 바다로 (0) | 2016.10.28 |
대전 MBC와의 오랜 인연을 떠올리며 (0) | 2016.10.13 |
문화의 달, 문화예술로 샤워하기 (0) | 2016.10.06 |
대전의 상전벽해(桑田碧海) 그리고 대전MBC (0) | 2016.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