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뉴스가 여기 있슈!
‘입맛 나니 쌀독이 빈다’는 말이 있다. 골프에서는 ‘몸 풀리니 18홀’이라는 말도 있다. ‘철들자 죽는다’는 말도 비슷한 의미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 보도국에서 (할 만한 일을 다 하고) 두 번째 광고사업국으로 자리를 옮길 때 나는 이제 방송 현업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방송 현업으로 돌아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백제유적의 글로벌 관광전략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백제 세계를 품다)를 제작하는 호사를 누렸다. 이게 끝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러다가 이번에는 생방송에나섰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뉴스&이슈’라는 코너를 맡아 다시 방송 현장에 돌아오니 예전의 ‘권흥순 기자’가 된 느낌이다. 대전MBC에 근무한 지30년이 지났는데도 방송이 낯설고 새로운 이유를 모르겠다. 철이 들었나 보다. <생방송 아침이 좋다>(월~금, 오전 8시30분~9시 30분)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출연해 주요 뉴스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이슈가 되는 아이템을 선정해 전후좌우를 살펴본다.
‘뉴스&이슈’는 나에게 방송의 의미와 방송인의 책임을 다시 일깨워준다. 뉴스의 이면과 내면을 더 깊이 보고, 사회적 의미를 헤아려 보는 …, 잊혀졌던 시사감각을 다시 찾는 느낌이다. <생방송 아침이 좋다>의 주 시청자 층은 누구일까? 그들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뉴스는 무엇일까? 영상은 어떻게 조달할까? 이런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의 시각을 교정하는
과정도 잊지 않는다 ”
지역 뉴스가 아니고 전국 뉴스와 국제 뉴스가 선정 대상이다보니 영상은 MBC 본사에서 조달해야 한다. 그래서 본사의 뉴스 시스템을 활용해 전국의 뉴스를 검색하고, 방송 큐시트를 점검하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템이 선정되면 영상을 의뢰하고 방송 원고를 쓴다. MBC뉴스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방송과 신문의 보도 내용, 논점 등을 참고해 치우치지 않은 시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젊은 담당 PD의 의견을 물어 편협할 수 있는 나의 시각을 교정하는 과정도 잊지 않는다.
‘뉴스&이슈’는 충청도 말로 ‘뉴스가 있다’라는 뜻의 ‘뉴스 있슈’도 된다. 일주일에 두 번, 10분이 채 되지 않은 분량이지만 나에겐 다시 한 번 방송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다. 그동안 뉴스 취재 방송과 뉴스 앵커, 생방송 토론 진행까지, 어찌 보면 질리도록 해온 일인데 이제야 방송의 중요함과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내가 취재한 뉴스로 사회정의를 세우고, 정책을 바꿔보고 싶다는 젊은 날의 기개 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 코너를 보는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은 다양한 시각을 가지는 데 도움이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제 조금 알 만하니 정년이 눈앞이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능문능필(能文能筆), 다문박식(多文博識)한 척하지는 않았는지 부끄러운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일 아침에 방송할 ‘뉴스&이슈’ 원고를 써내려 간다. 고마운 일이다.
권흥순 부국장/편성제작국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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