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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귀향, 귀경길 저희가 함께 합니다 - CCTV를 감시하는 사람들 - 교통 통신원

라디오를 듣다 보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때가 있다. 프로그램 중간에 전달되는 ‘교통 정보’를 들을 때다. 60초 동안 도로의 상황을 짧고 강렬하게 치고 빠진다.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쉼표란 찾아볼 수 없지만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도로 위 사정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우회로를 찾게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길과 퇴근길 교통방송은 이들의 몫이다. 추석이라고 별반 차인 없다. 명절 땐 고속도로 상황 때문에 더 쉴 수 없다. 일은 많지만 겁낼 그녀들이 아니다. 어디 물고기가 물이 깊다고 두려워하던가.

 

 

지금 행복한 시간, 꿈꿔온 삶 속에 살고 있어요
- 박보람 리포터 -

 

전형적인 V-라인의 얼굴, 살짝 떨림이 있는 목소리, 웃을 때 초승달처럼 곱게 접히는 눈, 그리고 ‘깁스’ 를 한 오른쪽 다리. 깁스? 발가락이 똑! 하고 부러졌단다. 면허를 따는 중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뚜벅이에게 이만한 악재가 또 있을까. 더구나 박보람 리포터는 교통 방송과 <즐거운 오후 2시>,<오후의 발견>, <생방송 오늘>의 취재 리포터로도 활동 중이다. 발가락 부상 역시 취재 도중 생긴 영광의 상처라며 헤실헤실 웃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방송반이 아니었던 적이 없고 그녀의 장래희망 란에 ‘방송인’ 외에 다른 직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MC로 봉사활동을 하고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단역으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순간도 방송과의 연결 고리를 놓지 않고 이곳까지 온 셈이다. 높지 않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며 자주 얼굴이 붉어지는 여고생 모습이지만 방송 1분 전이면 눈빛이 달라진다. 박보람 리포터가 전하는 교통 소식을 듣노라면 녹화를 하고 몇 번 수정 작업을 거친 편집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힘없이 경쾌하다. 뜨끈한 나이프로 버터를 가르듯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맡고 있어서 취재원들이 꽤 있는 편이에요. 그분들이 가끔 문자로 모니터링을 해주세요. 교통 상황 제보가 있을 때도 있고. 보통 1분 동안 교통 정보가 나가잖아요. <생방송 오늘>의 경우엔 날씨 정보와 같이 전하니 2∼3분가량이고. 그걸 어디선가 듣고 전화를 해준다는 게 처음엔 신기했는데 이젠 어깨가 무거워요. 특히 폭염이 계속됐을 때 날씨 예보가 자주 틀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내가 꿈꿨던 삶 속에 살고 있구나 싶어 그 스트레스를 받았던 시간조차 행복했어요.”

 

 

짧지만 완벽하게, 아직도 피드백한다는 프로 방송인
- 황지현 리포터 -

 

흰 셔츠에 청바지, 편한 차림이지만 ‘강소라’ 만이 소화할 수 있다는 바로 그 ‘흰 셔츠 로망’이 눈앞에 보였다. 잘 때도 웃고 있지 않을까 싶게 ‘스마일’이 평상시 표정인 황지현 리포터. 전직 KTX 승무원이었던 황지현 리포터의 10년간 단련된, 내공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화사한 미소를 TV에선 볼수 없다 생각하면 그녀가 라디오 리포터란 사실이 좀 아쉽다. 그러나 ‘품절녀’ 대열에 들어간 황지현 리포터는 주중 교통 소식을 전하는 일상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며 예의 그 미소로 활짝 웃는다.


“우연한 계기에 방송 공모를 보고 합격해서 방송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교통 통신 리포터 이외에 라디오 음악 방송의 DJ도 잠깐 맡았던 적이 있어요. 새벽 2시에 나가는 <음악이있는 밤>이란 프로그램이었어요. 신나게 음악도 골라보고 글도 맘껏 써봤던 짜릿한 경험이었고 그때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제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아, 청취율이 좀 아쉬웠지만.(스마일) ”2014년 1월부터 시작한 교통 통신원은 주중에는 대전교통정보센터를 떠날 수 없기에 명절이나 가족 대소사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이는 며느리 입장이다. 이번 추석 연휴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미리 시댁에 죄송한 마음으로 다녀와야 하는 맏며느리이지만 시어머니는 오히려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다고. “어머니와 박선자 국장님 격려가 좀 닮았어요. 어머니는 제 일을 자랑스러워하시고 박 국장님은 오전 4번, 오후 6번 나가는 교통 통신원 방송을 꼭 피드백해주세요. 그래서 짧은 방송이지만 리드 멘트하나, 어미의 변화 하나에도 신경이 쓰여요. 관심과 격려는 사명감이란 임무를 자꾸 주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제 방송의 피드백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