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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어디든 달려갑니다 - 신임 중계차 감독의 좌충우돌 중계차 적응기

 

문지르기만 하면 나타나는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중계차는 불러주기만 하면 어디든지 간다. 지난 한달 동안 충주 가요프로그램 녹화 지원, 세종시청 현장 생중계, 갑천변 뉴스 참여, 부여 음악회 녹화 등 입사 12년 만에 처음으로 중계 차 감독을 맡아 정신없이 현장을 누볐다. 처음하게 되는 일이라 낯설고 어색하지만 이리 저리 바삐 움직이다 보니 투정부릴 틈도 없이 바쁘게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제작업무로 돌아온 초보 중계차 감독이다 보니 실수도 있었다. 지난달 충주 가요프로그램 녹화 때 일이다. 오랜만에 카메라 화이트 밸런스를 잡는 일을 했는데 나의 실수가 있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색으로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게 색온도 설정을 한다는 것이 다른 버튼을 눌러둔 것이다. 녹화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확인을 하고 부랴부랴 급하게 화이트 밸런스를 다시 잡았다. 다행히 시간을 조금 할애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생방송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던 경험이었다.

 

 


얼마 전 장마철 서울 뉴스 참여 때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었다. 평소 이용하던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뉴스를 진행해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스태프들과 이동을 했다. 잠시 소강상태이던 비가 때마침 폭우로 돌변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그 장소에서 뉴스를 진행하기엔 불가능 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선은 고가의 방송 장비들이 비를 맞지 않게 보호를 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할 뿐더러 좋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장소도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빨리 결정을 내리고 준비를 해야 해서 급하게 기존 장소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버린 상황이라 모든 스태프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신속하게 카메라, 마이크 세팅을 완료해서 시간 안에 무사히 방송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의욕적으로 장소 변경을 하려다 우리 스태프들만 고생시킨 꼴이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상황이 모두 종료되었다고 생각하고 방송 연결을 하기 직전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리포팅 하던 기자 뒤의 조명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명 필터의 미세한 틈 사이로 빗물이 들어가서 뜨겁게 가열되어있던 조명 기구의 유리가 깨졌던 것이었다. 조명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고 다행히 방송에는 지장이 없어서 급히 조치를 취해 무사히 방송을 마칠 수 있었다.


이렇듯 중계방송 현장에는 소소한 사고들과 변수들이 가득하다. 이런 변수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사전에 현장 답사도 하고 회의도 하며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다. 최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변수가 생기더라도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겐 요즘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방송 나가기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혹시나 빠뜨린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되어 생각을 계속 되새김질 하게 된다. 사소한 것들까지도 잘 챙기고 준비를 잘 해야 방송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경험한 것보다 내겐 앞으로 경험할 일들이 훨씬 많이 기다리고 있다. 태풍이 오면 날씨 상황을 전해주기 위해 서해바다로 이동할 것이고 지원 요청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또 다시 현장으로 출동할 것이다. 또 어떤 변수들과 상황들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인생의 본질이 그러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에 자주 점검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는 있다고 믿고 스스로 주문도 걸어본다. 거칠고 예측되지 않는 환경과 변화조차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온몸으로 부딪힐 것이다. 이것이 중계차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정경윤 중계차 감독 | 경영기술국 방송기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