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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인간복사기’ 김학도의 반전 매력

 

 

노래면 노래, 대사면 대사, 장르를 넘고 시간을 넘어 천의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해온 남자 김학도. 올해로 데뷔 23년, 이제는누구나 할 수 있는 성대모사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성대모사로 승화시킨 원조 성대모사의 달인이 바로 김학도다.


그는 <허참의 토크&조이> 녹화 시간 내내 20명이 넘는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라이브로 들려주며 웃음보따리를 선물하는가 하면 TV에서는 볼 수 없던 진지하고 반듯한 모습을 드러내며 반전 매력을 뿜어냈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철학이 있는 남자, 김학도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내 안에 100개의 목소리가 있다
시작부터 뜨거웠다. 김대중 대통령에서 이덕화로, 송강호에서 이정재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 재생되는 인간 복사기 김학도의 쉴 새 없는 성대모사 퍼레이드에 스튜디오는 초토화됐다. 전인권, 김종서의 목소리로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 강아지”를 부를 때는 유지은 아나운서, 눈물 쏙 빠지게 웃느라 속눈썹을 걱정해야할 정도였다. 성대모사가 가능한목소리만 100명이라니, 가히 성대모사의 ‘레전드’다웠다.


초보자들을 상대로 즉석 특강도 이어졌다. “최주봉을 할때는 음역이 중요해요. 도레미파솔라시도파~~~파에서 시작합니다. 만수야~~~” 성대모사에 관한 책까지 낸 적이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초보, 중급, 고급 등 맞춤형 성대모사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김학도. 주위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데 타고난 재주꾼이다.


조용필을 마스터하려면 조용필로 살아야 한다
조용필의 광팬이지만 그를 따라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조용필의 목소리로 살아야했다는 김학도. 밥 먹을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잠들 때까지 오로지 조용필의 목소리로만 지낸지 일주일, 드디어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게 됐을 때, 그때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고. “내 머릿속에서 대상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면서 실제 그 사람인 양 느껴야 합니다.” 몸동작 하나, 눈빛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연구를 해온 김학도의 열정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열두 살 띠동갑 연하 프로바둑기사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

그는 8년 전 열두 살 띠동갑 연하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 막바지에 달한 순간이었다. 그녀의 아내는 프로 3단의 바둑기사 한해원. 바둑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면서 첫눈에 반했고 100일째 되는 날 감동적인 프러포즈를 하면서 결혼에 성공,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이다.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돼주기 위해 몸은 고되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김학도.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안겨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학도(學道)의 삶은 계속된다.
이름처럼 끊임없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 대신 교양이나 정보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보게 된다. “코미디를 하려면 내가 망가져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코미디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0년 전부터 꾸준히 교양과 시사 분야에서 활동을 넓혀 왔어요.”자신의 전문 분야를 교양과 시사로 특화시켜온 김학도는 자신을 ‘에듀테이너’라 설명한다. 지식과 교육(education)을 전하는 엔터테이너라는 뜻의 ‘에듀테이너’야말로 일을 통해새롭게 배우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자신의 적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어느새 성대모사를 하던 익살스런 김학도는 온데간데없고 반듯한 방송인으로서 김학도가 옷매무새를 다잡는다. 23년차 개그맨의 열정과 에너지로 그는 이렇듯 성실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김정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