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이렇게 노래했다. “딱 10분. 당신이 내 것 되는 시간!”(Just 10 minutes 가사 中) 노래 가사의 요지는 ‘10분 만에 당신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있다’는 것. 10분? 유혹하는 시간이 10분씩이나 걸리다니. 40초만 투자하시라.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소년에서 ENG 카메라를 잡은 청년으로
대전MBC 사업국에서 PR 영상을 제작하는 박신형 감독은 한때 프로게이머가 꿈이었다. 현란한 그래픽 화면과 속도감 넘치는 영상이 가득한 모니터 속 세상이 그에게 전부였다. 그러다 자신의 게임 영상을 공유하고파 편집하고 동영상 커뮤니티에 올려 보았다. 그의 첫 작품이었다. 누가 볼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응이 그를 설레게 했다. 영어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미디어 영상 제작을 전공했지만 그의 영상물이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기분은 또 달랐다. 매력 넘치는 영상 제작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던 순간이다.
“제 업무는 PR 영상, 캠페인, 스폿광고, 행사 영상들을 제작하는 일이죠. 분야마다 조금씩 신경 쓰는 부분이 다른데요. PR 영상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하기 때문에 정보 제공에 무게를 둬요. ‘여성명산문화기행’의 경우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행 날짜, 신청 요령 등이 정확히 나가야 하죠. 캠페인 영상 제작과 방송국 주관 행사, 스폿광고 제작 때는 성격에 맞춰 글자체와 배경 음악을 특히 신경 써요. 물론 영상 전공자들이나 알아차릴 미세한 차이지만요.(웃음)”
마감에 울고 영상에 웃고
야외 활동이 많은 3월부터 10월은 스케줄 관리가 필수다. 이 기간 중엔 연중 기획인 행사가 대부분이라 다음 홍보 영상을만들 화면을 미리 찍어 놔야 하기 때문이다. 촬영도 제작도편집도 모두 시간과의 싸움이다.
“PR 영상은 방송 분량이 대부분 1분 안쪽이에요. 이번 촬영을 다녀온 곳은 ‘사랑의 집 고치기’ 행사였어요. 대전MBC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충청남도지회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회 공헌활동인데, 알다시피 사랑의 집이 필요한 곳은 길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행사의 특성상 전, 후 화면이 필요하죠. 40초 영상을 위해 오지를 몇 번씩 다녀와야 해요. 그래도 완공된 화면을 담을 땐 제집인 것처럼 뿌듯해요.”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주소를 찾아 시계추처럼 왕복할 때도 또 다른 마감 일정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시간을 다퉈 제작해야 하는 영상물들이 중간 중간 끼어들기 때문. 게다가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공들여 편집을 마친 영상물이 방송 규정이 달라졌다는 지침이 내려와 막판에 신속하게 뒤집어야(?) 할 때도 있다.
“얼마 전에 디지털방송 음량법안이 시행됐어요. 채널 돌리다 갑자기 높은 음량 때문에 놀랐던 적 있죠? 지금까지 방송음량 기준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어 제작자 성향이나 채널간 경쟁 때문에 음량을 높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법안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만들어 놓은 영상물을 모두 뒤집어야 했지만 시청자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법안이니 불만 없이 후다닥 처리했습니다. 하하.”
마라톤을 뛰고 다시 100m를 달리라는 지시에도 박 감독은 해맑게 웃는다. ‘편집실 밖은 위험해’를 외치듯,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편집 작업도 맞춤복처럼 적성에 딱! 이다. 그렇다고 제작한 영상물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들어가는 것도, 시간 맞춰 볼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채널이 돌아가기 쉬운 찰나의 순간, 박신형 감독의 영상은 반짝 빛을 발하고 사라진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니면 제가 만든 영상물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요. 그래서 어쩌다 듣는 ‘수고했다’는 격려와 ‘잘봤다’는 인사 한마디가 감사하죠. 이 맛에 좋은 영상을 찾아서 카메라 들고 나갑니다. 내년에 사용할 ‘충남어린이큰잔치’ 행사영상을 촬영하러 가요. 2017년 어린이날엔 제가 내일 찍은 화면이 예쁘게 제작돼서 나갈 거예요. 기억해주세요.”
안시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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