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시나리오를 일사천리로 썼지만 영화에 투자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13년을 기다렸고 천신만고 끝에 국민 성금으로 영화가 촬영됐지만 배급에 어려움을 겪어 또 한 번 국민을 등에 업고 21개 개봉관에서 870여개로 개봉관이 확대된다. 그리고 영화는 350만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며 흥행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영화 귀향의 이야기이다. 처음 기획 후 무려 14년만에 영화를 완성해 선보인 뚝심의 사나이 조정래 감독이 바로 이 기적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영화’
영화 ‘귀향’은 2002년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다. 당시 북치는 감독 지망생이었던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에 우리 소리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태워지는 처녀들’은 위안부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일본군이 자행하던 학살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산속 구덩이에 소녀들이 있고 소녀들 주위로 새빨간 화염이 타오릅니다. 이 광경을 숨죽인 채 바라보는 소녀가 있는데 그 소녀가 바로 강일출 할머니였다고합니다.”
상상도 못했던 일본의 만행에 분노하며 그로인해 희생된 위안부 소녀들을 잊지못한 조정래 감독은 순식간에 영화 ‘귀향’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국민이 만든 영화 귀향’
‘귀향’은 시나리오가 나온지 14년 만에야 완성됐다. 투자자를 찾지 못한 조정래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분짜리 홍보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런데 이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뉴욕 타임스에까지 기사화되고 큰 관심을 얻게 됐다.
그리고 한 포털 사이트에서 대중을 상대로 제작비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무려 7만 5천여 명의 국민들이 12억 원의 성금을 모아주기에 이른다.‘문화적인 증거로 남기고 싶어요’ 귀향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상영되고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이 한 번씩 상영될때마다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혼이 한 분 한 분 돌아온다고 믿는다. 이제 10만 번 정도 상영됐으니 절반의 혼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셈이다.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홀로
코스트’ 영화들이 있어요. 저도 위안부 피해 여성의 고통을 ‘귀향’이라는 문화적 증거물로 남기고 싶었어요”
귀향은 반일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만든 조정래 감독이나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이 영화를 통해 진실이 널리 알려져서 다시는 이땅에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정래 감독은 올 여름 이 영화를 들고 일본 전역을 돌며 상영할 계획을갖고 있다. 영화 ‘귀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정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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