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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겁쟁이의 자리는 없다”

“겁쟁이의 자리는 없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공화당에서는 ‘막말 후보’로 자리매김한 도널드 트럼프가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이 되었고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8일 ‘매직 넘버’를 달성하면서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습니다. 힐러리가 미국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큽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는 기록일 것입니다. 남녀평등을 일찌 감치 달성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미국은 아직 한 번도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로 여성을 내지 못했습니다. 만약 힐러리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백악관으로 입성한다면 그 여파는 전 세계가 느끼게 될 것입니다.

 

명문 웰슬리대학 정치학 학사에 예일대 법대 박사, 국무부 장관에 뉴욕 주 상원 의원까지,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힐러리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대통령을 연임한 빌 클린턴입니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그녀가 지나치게 엘리트이고 강한 이미지를 준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단점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까 똑똑한 것이 흠이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세계의 대통령’ 자리를 눈앞에 둔 힐러리 클린턴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로시 로댐’, 힐러리의 어머니입니다.


지금은 ‘강한 이미지’가 단점으로 언급되지만 어렸을 때 힐러리는 유약했던 모양입니다. 네 살 무렵 이사를 간 동네에는 이미 골목대장으로 자리를 잡은 ‘수지’라는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낯선 동네에 새로 이사 간 힐러리는 유치원에서나 골목에서나 수지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힐러리에게 어머니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집에 겁쟁이를 위한 자리는 없어(There is no place for cowardsin this house). 다시 나가서 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그 애를 박살나게 해버려.” 힐러리는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수지를 때려 눕혔습니다. 주변에 있던 남자아이들의 입이 벌어졌습니다. 힐러리는 집으로 돌아와 엄마한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제는 남자애들하고 놀 수 있어.” 사내아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녀의 어머니가 울면서 들어오는 어린 힐러리를 달래면서 눈물만 닦아주었다면 오늘날의 힐러리는 없을지 모릅니다. 이혼 가정의 딸로 조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14살 때 집을 나온 도로시 로댐은 교육의 힘을 알았습니다. 3달러(3,500원) 주급으로 가정부로 일하던 도로시는 “아침 일찍 식사 준비를 하고 빨래를 하면 학교에 가도 된다.”는 말을 듣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스스로 이혼 가정을 경험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기에 도로시 로댐은 딸에게 이혼만은 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겪으면서도 힐러리가 가정을 지켰던 것은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했던 말을 기억했기 때문이겠지요.


어머니가 강하게 키웠던 것처럼 힐러리는 온갖 조직에서 ‘유리천장’을 깨뜨려왔습니다. 세계의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국무부 장관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막강한 뉴욕 주의 상원의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이제 그녀의 앞에는 깨지 못한 유리천장이 꼭 하나 남아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입니다. 지난 2011년 91세의 나이로 별세한 도로시 로댐은딸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 유세를 할 때도 그녀의 곁을 지켰고 낙선했을 때도 그녀의 옆에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도로시는 “힐러리는 내 딸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세계의 대통령’이 될 만큼 그녀의 딸이 자격이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입니다.


“어머니만큼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없다. 오늘날 내 성격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분이다.”라고 힐러리는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도로시 로댐의 이야기는 진정한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8살때 부모가 이혼하고 14살부터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면서도 교육의 힘을 믿고 악착같이 고등학교를 다녔던 도로시는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후보를 키워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되든지 되지 않든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당당하게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미국, 더 나은 세계를 이야기할 때 그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힐러리를 키워낸 것은 어머니 였습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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