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폭풍질주, 천하무적... 한화이글스에 보내는 찬란한 수사는 꼴찌의 반란과 거침없는 진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6월 7일 현재, 최근 11경기에서 10승 1패의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는 팀이 꼴찌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 쏟아지는 기록만 보면 ‘되는 집안’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6월 7일, 무려 4,263일 만에 감격의 선발승을 거둔 투수 윤규진. 6월 2일, 1,813일 만에 선발 승리를 챙긴 장민재. 투수들의 이런 기록뿐만 아니라 타선도 살아나면서 한화이글스의 비상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직상승을 보이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질주가 탄력을 받은 지난 6월 2일,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뜨거운 야구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심에는 대전MBC 라디오 프로야구 중계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많이화나’에서 다시 ‘마리한화’로
지난 4월과 5월만 해도 다른 팀의 제물이 되었던 한화이글스, 지난해 보여준 ‘마리한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중독성이 강한 야구를 선보였던 ‘마리한화’의 야구가 ‘많이화나’로 바뀐 시즌 초반, 팬들의 원성과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6월 들어 반등의 기회를 잡은 한화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서히 완전체의 팀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야구장의 열기가 뜨겁던 6월 2일, 경기가 시작되기 2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에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중계석을 찾았다. 임세혁 캐스터와 여정권 해설위원 그리고 대전MBC 중계팀 엔지니어들은 벌써부터 나와 꼼꼼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세혁 캐스터는 오프닝 멘트를 작성하고, 여정권 해설위원은 최근의 기록지를 보며 경기 흐름을 되짚어보고, 엔지니어들은 매번 하는 중계지만 시스템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프로야구 중계의 묘미
올해 16년째 야구중계를 하고 있는 임세혁 아나운서, 그도 요즘의 한화이글스의 상승 분위기를 경기장에서 실감한다고 한다.
“초반 점수 차이에 따라서 중계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요즘에는 경기력이 살아나서 좋습니다. 초반에 무너지지도 않고 승리가 많아지면서 중계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매우 좋죠.”
임세혁 아나운서가 처음 야구중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공교롭게도 한화이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9년 다음 해 부터다. 현장성이 생명인 프로야구 중계는 짜릿한 긴장감을 주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생리적인 현상이다.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한화가 잠실구장에서 두산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를 벌였는데요. 경기 시간이 무려 5시간 20분이나 걸렸어요. 화장실을 가지 못해 굉장히 힘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해설위원 여정권 씨는 2005년 7월 2일 롯데전 중계를 시작으로 대전MBC와 첫 인연을 맺은 후 12년째 열정적인 해설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역 팬을 위한 편파방송이라고 할 만큼 한화이글스에 남다른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대략 7대 3정도로 한화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방송을 합니다. 경기 상황이 한화가 유리하면 당연히 흥이 날 수밖에 없죠. 시즌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많이 나아졌잖아요. 특히 대전MBC가 올 시즌 지금까지 15경기를 중계했는데 중계 승률이 8승 7패, 5할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해설자로서 무척 즐겁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한 두 번의 기회가 찾아오듯이 야구도 마찬가지다.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꼭 붙잡고 나간다면 승률은 당연히 오르기 마련이다. 여정권 위원도 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면 상위권 도약이 가능합니다. 현재 중위권 팀들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기 때문에 한화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생한 현장감을 전하기 위해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이 경기에 주목하는 동안 노심초사 오디오 시스템만을 쳐다보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정명재, 강덕남 엔지니어다. 중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을 물어보니 둘 다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방송이 혹시 끊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가장 크죠. 물론 경기 전에 점검을 거듭하지만 기계라는 게 항시 오작동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계가 끝날 때까지 노심초사하죠. 조금만 소리가 이상해도 귀가 커지는 느낌입니다.”
스포츠 채널이 많아지면서 텔레비전으로 야구중계를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차 안이나 이동하며 중계를 듣는 이들은 음성만으로 현장이 주는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어 라디오의 매력을 즐긴다.
가을야구, 한화의 비상을 기대하며
야구를 즐기는 이들은 누구나 찬바람 부는 가을야구를 기다린다. 지난 2007년 시즌 3위로 가을잔치를 경험한 이후 9년 동안 한화이글스는 찬바람을 맞으며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만 전한다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7일 현재, 지금도 꼴찌에 머물고 있지만 승리의 기운이 강하게 몰아치면서 상승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이글스는 38경기 만에 힘겹게 10승을 채웠다. 10승 도달 이후, 15경기에서 10승을 하며 빠르게 20승 고지를 밟았다. 승리의 광속도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3경기 차이를 줄이는 데 한 달이 걸린다고 말할 정도로 승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록과 통계의 분석을 뛰어넘는 게 팀의 분위기와 탄력이다. 현재 한화가 올라탄 것은 상승 분위기라는 긍정의 날개다. 그 곁에는 늘 대전MBC 프로야구 중계팀이 있다. 베테랑 캐스터 임세혁 씨의 말에서 가을야구를 미리 점쳐본다.
“가속도라는 게 있잖아요. 힘을 받으면 더 빨라지듯이 한화이글스가 강력한 엔진을 부착한 느낌입니다. 경쾌하고 힘 있는 엔진소리를 청취자들에게 제대로 들려주는 일이 저희 중계팀의 몫이죠.”
정현아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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