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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무더위’가 반갑지 않은 이유 - 제2차 ABU MEDIA SUMMIT 참관기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한여름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정도의 무더위는 7~8월이나 돼야 찾아오던 것이었죠. 기후가 그만큼 변한것입니다.


지난 달 이 정도 더위는 비교도 하기 힘들 만큼 더운 나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태국에서 열린 제2차 기후변화와 재해위험감축 미디어회의에 대전MBC 참관단의 일원으로 참석했습니다. 회의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원망스러울 뿐 회의의 의미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회의장에 도착한 뒤 안 사실이지만 한국 방송사로는 대전MBC가 유일하게 참석했더군요. 당연히 관심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렸고 이틀간의 회의 내내 모든 세션에 참석해 귀를 기울이는 신세가 됐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온이 1~2도 올라 작년보다 더위가 더 빨리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와 다음 세대의삶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험 요인인 것이죠.

 

지금보다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해수면이 1미터 높아져 몰디브 같은 섬나라는 바닷물에 잠기게 된답니다. 또 인류 2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지구상 생물의 30%가 멸종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잘 자라던 농작물이 다 말라죽어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할 수도 있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촉발돼 기존의 세계 질서가 파괴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세계는 벌써부터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UN을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해왔습니다. 1997년 37개 주요 선진국들이 일본 교토에 모여 기후 변화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한다는 내용의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이후 신 기후체제를 선언하는 ‘파리 기후
변화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선진국 뿐 아니라 195개 참가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한 것이지요.


유엔재해감축국제전략기구(UNISDR)는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일본 센다이에서 187개 회원국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해 감축을 위한 준칙을 채택했습니다. 재난과 재해로 인한 인명과 경제적 손실, 시설 붕괴를 줄인다는 7가지 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그 중에는 ‘재난위험 조기경보 시스템’과 ‘재난위험정보에 대한 접근성 제고’도 포함됐습니다.

 

 

 


미디어의 역할을 되새기다
이번 미디어회의는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센다이 준칙’의 연장선상에 있는 의미심장한 회의였습니다. 특히 ‘센다이 준칙’중 재난위험 조기경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재난위험정보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회의였지만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전 세계 재해의 97%가 자연재해이고 그 중 72%가 아시아에서 발생하기 때문인지 회의를 주최한 태국 공영방송 ThaiPBS를 비롯해 베트남과 필리핀,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도는 뜨거웠습니다. 회의를 지난 2004년 12월 대형 쓰나미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던 현장인 끄라비에서 개최한 것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였습니다.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도 엄중한 책임과 의무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날씨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말고 재난위험을 조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를 교육하기 위한 최선의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제 곧 장마철이 됩니다. 재난방송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신영환 | 보도국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