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새벽 3시 30분. 대전정부청사 시외버스 터미널에 다섯 남자가 모였다. 보도국 최혁재 국장을 필두로 신영환 편집부장과 안준철 차장, 편성제작국 이재우 제작부장과 필자 등 다섯 명. 5월 12일부터 3일간 태국 끄라비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 기후변화 및 재해감축 미디어 정상회의’에 참석할 대전MBC 대표단이다. 오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에 도착한 후 국내선으로 환승해 끄라비에 도착하니 오후 7시다. 이번 회의가 열릴 끄라비는 태국 남부에 위치한 휴양도시로 최근 MBC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촬영지로 국내에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멋진 휴양지의 풍경이 아닌 낮에는 섭씨 36도, 밤에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였다.
출장 이틀째,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아시아태평앙방송연합(ABU)이 주관하고 태국의 공영방송인 ‘Thai PBS(Thai Public Broadcasting Service)’가 주최하는 이번 회의는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첫날과 둘째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9번의 세션이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한국에서 참가한 방송국은 대전MBC가 유일했고, 동북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둘째 날 발제를 맡은 일본 NHK 관계자 몇 명뿐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5명 모두 대전MBC 뿐만 아니라 한국, 나아가 동북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이번 회의 기간 내내 다뤄진 전반적인 내용은 ‘기후변화 및 재해감축과 관련해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였다. 특히 재해감축(DRR: Disaster Risk Reduction)에 대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방글라데시, 몰디브 등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으며 현장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전 세계 재해의 95%는 자연재해이며 그 중 75%가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난다고 하니 그러한 관심은 당연한 듯 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9차례의 세션을 통해 참가자들은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하고, 재해감축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과 각자의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해감축을 실현하기 위한 ‘Media Action2위Plan’을 채택하는 것으로 회의 둘째 날 일정을 마쳤다.
마지막 날 일정은 끄라비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떨어진 ‘Laem-Sak’라는 전통 어촌마을을 둘러보는 체험 여행이었다. 마을 항구에 도착해 보트를 타고 나가니 (현지인에 따르면) 마치 베트남 하롱베이를 연상케 하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섬들이 바다 위에 펼쳐져 있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섬과 암초들은 절경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태풍과 해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에도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체적으로 해상구조대를 조직해 훈련을 실시하면서 재난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태국과 한국,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자연재해와 인재. 나라도, 기후도, 빈번한 재해의 유형도 다르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언론의 자세와 역할은 같을 것이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미디어가 기후변화와 재해감축의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김학철 PD | 편성제작국 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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