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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안전한 나라

안전한 나라

이달 초에 터키를 여행하면서 머릿속을 맴돌던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안전’입니다. 터키는 올해 관광객이 크게 줄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 60~70 퍼센트는 줄었다는 것이 현지 업계의 추정입니다. 현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분은 이대로 가다가는 식당을 접고 귀국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했습니다. 한식당의 경우 관광객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니 말입니다. 실제 이스탄불의 ‘명동’이라고 일컬어지던 ‘이스티끌랄’ 거리는 거의 한산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5월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이 거리는 사람들의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5 미터도 걸어갈 수없을 정도였는데, 터키 시민들만 보이는 심심한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 등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올해 봄에 터키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100~200 미터씩 줄을 서야하고 문을 열기 한 시간 전부터 몇 백 명씩 대기하던 것은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터키에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테러 때문입니다. 올해만 해도 거의 한 달에 몇 건씩 자폭 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났습니다. 1월 12일 10명사망, 2월 17일 29명 사망, 3월 13일 34명 사망..., 몇 건만 언급해도 이런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예정되어 있던 터키 여행은 연이어 취소되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도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린다고 합니다.테러는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발생한다고 하니 관광객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1월 12일의 테러는 블루모스크 인근의 오벨리스크 부근에서 발생했고 3월의 테러는 이스티끌랄 거리에서 발생했습니다.


터키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역에 역사가 깊은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오스만투르크 6백여 년 역사에서 4백 년 가까운 기간 동안 권력의 심장이었던 톱카프 궁전과 근대 터키 건국의 아버지 아타투르크가 사망한 돌마바체 궁전, 술레마니아 모스크, 블루모스크, 아야소피아 등 현존하는 역사교과서라고 할 정도의 건축물이 많습니다. 기후 조건도 좋습니다. 겨울 한두 달만 빼고는 연중 관광을 편하게 할 정도의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고 있어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들끓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오렌지, 포도, 석류를 직접 짜서 시원한 주스로 만들어주는 가게들이 있고 케밥, 고등어구이, 호모스, 항아리케밥 등 먹음직한 음식들도 많습니다. 갈라타다리를 지날 때면 골든혼에 낚시를 드리우는 아마추어 낚시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즐거움이 테러 한 방에 날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터키 관광객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이상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터키 관광의 ‘큰 손’ 러시아 관광객도 80 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터키를 방문했을 때는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꼭 한 팀밖에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외교부는 올해 초 앙카라와 이스탄불에 대해 1단계 ‘여행유의’에서 2단계 ‘여행자제’로 경보 단계를 격상시켰지요. 그러다보니 터키 취업 인구의 7 퍼센트를 차지하던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터키를 찾는 사람은 연간 3천5백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2014년 터키의 관광수입은 343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원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터키에 비하면 ‘안전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법합니다. 최근에는 흉악 범죄가 늘고 안전사고도 증가 하면서 치안과 관련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테러관련 범죄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한 편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상대적으로는 안전한 치안 상태를 발판으로 외국관광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만큼 한류 바람을 이용하기에는 최적기라는 판단입니다.


백제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어떻게 하면 외국 관광객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를 다각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전MBC에서는 이를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를 5월 말에 방송할 예정 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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