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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다시 이스탄불에서

다시 이스탄불에서

이스탄불입니다. 동과 서를 이어주는 다리, 천 개의 베일을 쓴 여인 등 별칭이 말해주듯 이스탄불은 다양성이 혼재하는 국제도시입니다. 이스탄불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모스크와 궁들입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메흐메트2세는 골든혼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신의 궁전 건립을 지시했지요. 석양 무렵 ‘대포의 문’ 톱카프에서 내려다보는 만은 황금빛 석양을 가득 안고 반짝거렸고 그래서 ‘골든혼(Golden Horn)’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624년에 걸친 오스만 왕조 기간 중 4백년 가까이 수많은 술탄들이 거주한 권력의 핵심부였지요. 회의실, 접견실, 도서관은 물론 내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남성들의 접근이 금지된 하렘에 이르기까지 7십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넓이를 자랑하는 궁전입니다. 전 세계에서 보내온 선물도 볼거리이지만 선지자 모하메드의 수염과 그가 사용했던 칼, 그리고 그의 왼발 족적은 모슬렘뿐만 아니라 타종교, 또는 무종교인의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콘스탄티노플 정복 당시 메흐메트2세는 배를 언덕으로 끌어올리는 기가 막힌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지만 메흐메트2세의 전술은 뚫리지 않는 콘스탄틴11세의 군대를 뚫기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전함이 없으면 전쟁에 승리하지 못하고 좁은 해협 골든혼은 쇠사슬로 묶여 배가 통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80여척의 배를 언덕으로 들어 올려 이동시킴으로써 골든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육상에서는 뚫을 수 없는 방어선을 해상에서 뚫게 됨으로써 비잔틴제국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오늘날 터키의 ‘보석’ 이스탄불은 21살 술탄 메흐메트2세의 창의적인 전술이 없었다면 터키가 아닌 다른 나라의 재산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술레마니아 모스크는 ‘대제’로 알려진 술탄 술레이만(Suleiman the Magnificent)이 1550년부터 8년에 걸쳐 건립한 모스크입니다. 그는 오스만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술탄입니다. 헝가리를 정복했고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던 술레이만 대제는 이스탄불 일곱 개 언덕 가운데 세 번째 언덕에 건립을 지시했습니다. 건축을 맡은 것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미마르 시난이었습니다. 이슬람 제국의 ‘미켈란젤로’에 비견되는 시난은 당대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그의 기록을 깬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건축계에서는 압도적인 존재입니다. 오스만터키가 승전국이었다면 세계 사람들은 미켈란젤로보다 시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심부인 예배당은 물론 학교와 병원, 대중 목욕탕까지 포함하는 술레마니아 모스크는 복합 문화단지였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고 그 자신 시인이기도 했던 술레이만 대제의 삶을 이야기할 때 록솔레나를 뺄 수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사제의 딸이었던 록솔레나는 노예로 끌려와서 황후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술레이만 대제는 그의 유일한 사랑 록솔레나에 대해 직접 시를 써서 찬양하기도 했지요. “...나의 왕관, 나의 달빛, 나의 존재, 나의 봄날, 나의 이스탄불, 나의 바그다드...”라고까지 극찬을 했으니 록솔레나에 대한 그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첩과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2백년 전통의 왕실 전통을 깨고 록솔레나와 결혼한 술레이만은 그녀가 사망한 다음에는 국사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신하들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죽음도 그들을 떼어놓지 못해 술레마니아 모스크 마당에는 술레이만과 록솔레나의 묘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끝이 없습니다. 백제 역사유적지구가 지난 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이것을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지, 그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터키로 왔습니다. 현재까지 잠정 결론은 세 가지입니다. 콘텐츠, 즐길 거리, 그리고 스토리텔링입니다. 이스탄불에는 앞에 언급한 톱카프 궁전과 술레마니아 모스크 외에도 블루모스크, 돌마바체, 아야소피아, 테오도시우스 성벽 등 수많은 유적지가 남아있습니다. 유형의 건물, 또는 흔적이 있다는 것이지요. 오스만터키가 우리나라처럼 식민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목골목마다 작지만 예쁜 식당과 선물가게, 케밥, 생선 등 먹거리도 풍부합니다. 무엇보다도 인류보편적인 스토리를 발굴해서 그 장소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흐메트2세가 배를 언덕으로 이동시킨 이야기나 록솔레나와 술레이만 대제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백제와 관련해서도 유형의 자산이 부족하다면 방문자들이 즐길 거리, 먹거리들을 개발하고 스토리를 찾아야 합니다.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만 부족해도 매력적인 방문지가 되지 못하니까요. 백제와 세계문화유산을 다루는 대전MBC의 다큐는 5월 말에 방송 예정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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