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가사람들

은빛 두 바퀴로 날다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

 

인생이 바뀐 것은 불의의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장애는 20대 청춘의 꿈과 열정을 하루아침에 꺾어놓았다. 하지만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니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한계가 아니라 달라진 삶의 조건일 뿐이라는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 씨. 그는 꿈꾸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이 진짜 장애라고 말한다.


한 번 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
1997년, 그의 나이 26세 때였다. 캐나다 어학연수 당시 록키산맥을 여행하다가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척수 70%가 손상됐고 하반신을 쓰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변한 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 지금이 순간을 후회없이 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3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하루에 침을 100대나 맞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의미없이 치료에만 매달려서 인생을 하루하루 보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록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지만 이 삶도 한 번 뿐이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휠체어 바퀴를 날개 삼아
그때 우연히 접한 것이 휠체어 댄스스포츠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도입이 되지 않았을 때라 해외의 휠체어 댄스스포츠 동영상을 보면서 독학으로 댄스를 익혔다. 영상을 따라하며 수없이 넘어지고 다쳤다. 한 번 연습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쳐 일주일 이상은 쉬어야 하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끝에 2005년 아시아휠체어 댄스스포츠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4년 연속 아시아선수권대회 챔피언 자리를 지키며 최강의 실력자로 올라섰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최초로 ‘휠체어 댄스 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만큼 이제는 그가 걸어온 길이 당당하게 인정을 받고 있다. 일본과 핀란드 초청공연 등 해외에서도 공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란다.

 

 


도전은 나의 힘
국내외 여러 휠체어 댄스스포츠 대회를 석권한 김용우 씨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들이 함께 하는 무용단을 만드는 것. 그래서 만든 것이 ‘빛소리 친구들’이다. 부인 이소민 씨도 ‘빛소리 친구들’ 활동을 하면서 만났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 운명적인 사랑까지 만나게 해 준것이다.


2009년 11월, 1700석 규모의 고양 어울림누리 대극장에서 감동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지체장애 무용수와 비장애 무용수들이 2시간에 걸친 공연을 마치자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장애인 무용수와 비장애인 무용수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요. 작품도 장애만을 주제로하지 않아요. 장애인이어서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공연 자체가 멋지고 아름다워서 감동을 주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춤출 때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정말 행복하다는 사실을. 최고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 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그는 오늘도 휠체어 바퀴를 다리삼아 열심히 비상하고 있다.

 

정현아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