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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평범하고 비범한 젊은 시인, 서효인

“제가 시인처럼 안 생겼죠? 죄송합니다.”
시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던 방청객들에게, 씩, 사람 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날리며건넨 첫 마디. 서효인은 그렇게 1분 만에 스튜디오 안 모두를 무장해제 시켰다.
시인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느낌 충만 산문시,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향한 절절한애정 고백까지. 시대를 읽는 시인이자 백점짜리가장, 서효인과 함께한 <허참의 토크&조이>. 감동 가득했던 그 두 시간을 살짝, 공개한다.

 

소년, 시인이 되다.
“어릴 땐, 반항도 꽤 했죠. 중학생 때였을 거예요. 촌지를 받는다는 소문이 있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수업 시간에 출석을 부르잖아요? 선생님이 ‘서효인!’부르면 ‘왜!’하고 대답을 했어요.”


“서효인! 왜!” 서 너 번 같은 대화가 오간 이후엔 맞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며,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을 또 한 번 웃어 보이는 서효인. 물론, 그 암흑 같았던 3년은 서효인 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기억이 없었다면, ‘붉은 엉덩이를 치켜들고 만국의 소년이여 분열하세요.’ 라고 외치는 ‘소년 파르티잔 행동지침’ 같은 시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시인, 아빠가 되다.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죠. 왜 내가? 왜 나한테? 며칠을 울기만 했어요. 그러다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고 하자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그건 안 될 일이잖아요“

그에겐 특별한 두 딸이 있다. 네 살배기 은재와 세 살짜리 둘째 딸 은유. 그의 큰 딸 은재는 21번 염색체가 남들보다 하나 더 많다. 태어나고서야 알았다. 은재가 다운증후군이라는걸.

 

 


“저희 네 식구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가끔 불행한가? 생각될 땐, 길을 가면서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때뿐이죠.”


그런 시선들을 포함해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과 충분치 못한 지원. 하지만, 그와 그의 가족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 역시 자신들에게 온 기적 같은 생명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큰 딸 은재를 갖고, 낳고,기르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아낸 책의 제목도<잘 왔어. 우리 딸>이다.


“남들보다 말도 잘 못할 거고, 생김새도 다르고 달리기도 잘 못할 거고... 그런 것들을 은재가 커서 알게 될 때, 그 때가 가장 두렵죠.”


아빠 서효인과 은재, 그리고 가족들의 인생이 평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은재를 위해 가장 좋은 설명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은재가 경험하게 될 온갖 감정을 함께 경험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그에겐, 삶을 반짝이게 만드는 이정표 같은 사람들 바로, 그의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시인들
“시인이 직업이 되긴 힘들죠. 생계를 유지할수가 없으니까요. 거의 모든 시인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서효인 시인 역시, 시를 쓰는 것과 별개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며 생업을 꾸려 나간다. 책보다 영상매체가 훨씬 익숙한 요즘, 심지어 책을 본다 해도 소설이나 자기계발서가 대세인 2016년. 시인이자 편집자인 그에게 지금 세태는 견디기 힘든 무엇, 아닐까?

 

“우리나라엔 시인이 많은 편이예요. 인사동에 가서 시인님! 하면 열 명 정도가 뒤를 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으니까요. 나쁘지 않아요. 다양한 시들이 많이 출간된다는 이야기잖아요.“


시집 한 권이 출판 되면 평균적으로 2,3천부정도가 판매되는 현실. 좋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녹록치 않은 것이 분명한 사실이건만, 끝까지 ‘괜찮다, 좋다’며 너털웃음을 웃는 그다. 그런 시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계신가요?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고 싶어요. 이런 얘길 하면 아내는 딴청을 피우지만 꼭 한번 가고 싶네요. 정말입니다.“


야구광다운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인생이 숨겨둔 비밀스런 작은 행복을 알고 있는 시인 서효인. 그의 소박한 꿈이 조만간,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강미희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