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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시민 안전의 푸른 신호를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불편한 교통 체계, 눈 감고 지나치면 절대 고쳐지지 않습니다.”


대전MBC <푸른 신호등>을 기억하시나요?
아직도 대전MBC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푸른 신호등>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많다. 2004년 폐지될 때까지 대전시 교통담당자들이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했던 출근길 교통지킴이. 프로그램은 폐지됐지만 김대승 회장을 비롯한 39명의 교통통신원은 아직도 대전과 천안, 홍성 등 충청권역을 누비며 방송에 필요한 교통 정보를 제공 중이다.


직접 리포팅할 원고를 작성하고 출근길 도로상황을 현장에서 전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휴대 전화의 문자 메시지로 라디오프로그램 중간중간 교통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교통통신원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대승 회장은 <푸른 신호등> 시절만큼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일 수 없어 조금 안타깝다.


“전 20년 동안 <푸른 신호등>에 참여했어요. 제사 갔다 와서 아침 방송을 펑크 내는 통신원도 있었고, 명절 때면 귀성 상황을 전하기 위해 무전기를 들고 국도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가 방송을 전하기도 했어요. 저도 고향 내려가는 길에 주파수를 잡고 라디오 방송을 하곤 했는데, 뒤에 앉아있던 아내가 그 모습이 우습다고 배를 잡곤 했어요.”

 

 

 

업무 외 잡무? 명예로운 교통 봉사!
전원 모범택시운전자로 구성된 대전MBC 교통통신원은 명절은 물론 생업에 종사 중일 때도 도로 상황을 예사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고장 난 신호등, 방치된 구조물, 파손된 도로 등 불편하고 위험한 것들이지만 지나치면 잊고 마는 것들이다.


“운전이 생업이라 손님 응대와 안전 운전은 기본이고, 여기에 신호 대기 중 개선 사항을 적어 놓고 방송에 알리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한다면 정말 못 하죠. 그래도 우리의 노력으로 시민의 불편이 해소되고 위험한 도로가 개선된다는 점이 뿌듯해요.”


선사 유적지에 새롭게 공동 화장실이 마련되고 좌회전 신호가 짧아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무더기로 단속됐던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입구도로가 개선됐다. 좌회전을 위한 대기차로(일명 포켓차로)가 짧았던 도로가 개선된 곳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성과는 대전MBC 라디오의 파급력과 더불어 김 회장의 메모 습관도 한몫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운전 중에 목격한 불편 요소를 잊지 않기 위해 늘 메모지를 끼고 산다는 김 회장. 90년대 중반부터 교통통신원으로 일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A4 용지를 네 조각으로 잘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빼곡히 쌓아 놓고 신호 대기중엔 지나온 곳의 교통 상황을 메모로 꼼꼼히 남긴다. 이 길고 하얀 종이 뭉치를 수표로 착각하는손님도 많았다고.


라디오 주파수는 언제나 MBC∼,
카리스마 넘치는 손지혜 진행자 최고!

“통신원 모두 운전 중에 듣는 라디오 주파수는 MBC에 맞춰져 있어요. 하루 시작과 끝이 M.B.C.랄까? 승객들에게 대전MBC 라디오프로그램 소개도 하고, 아는 DJ가 나오면 자랑도하고 그래요(웃음). 손지혜 진행자는 단연 최고죠. 목소리로 전해지는 카리스마가 대단해요(엄지 척). 타 방송사를 탈탈 털어도 그런 진행자는 없죠.”

MBC 라디오 편성표를 외우고 다니는지 김대승 회장은 시간을 보며 ‘<즐거운 오후2시>할 시간이네’라고 씩∼ 웃는다. 대전MBC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김 회장. 김 회장과 MBC의 인연은 통신원을 시작하기 전, 손님이 뒷좌석에 놓고 내린 보따리 속의 700여만원을 들고 대전MBC 선화동 사옥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건만 라디오 방송 덕분에 주인은 자정이 되기 전, 잃어버린 돈을 찾을 수 있었다.

 

 


“형부가 처제를 위해 마련한 결혼 자금이었대요. 사연 깊은 돈이라 정말 기뻤죠. MBC를 찾아온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아 더 기뻤고요. 그런 인연 덕에 교통통신원 일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끝으로, 보복 운전이 많아진 세태가 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양보와 배려! 잊지 말아 주세요.”


인터뷰 말미까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 사항을 당부하는 모습이 마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와 닮았다. 시민 안전을 위해 명예롭게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 대전MBC 교통통신원의 푸른 신호가 반짝인다.

 

안시언 |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