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를 만드는 것이 능력이다
흔히 사람들의 능력을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을 보면, 그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은 능력을 발휘한 이들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성왕이라 칭송 받는 세종대왕이 그렇고 외국의 인물로는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그렇습니다.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인물들이지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 받는 것은 영광스런 일입니다. ‘OOO이 없으니까 일이 안 돌아가.’ ‘일이 왜 이 모양이야? ㅁㅁㅁ 없어? 찾아 봐.’ 이런 말의 주인공들은 스스로가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대체재’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 사람 없어도 부서가 잘 돌아가고 회사가 잘 돌아가야 조직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뜻입니다. 기분이 좋지 않게 들릴지 몰라도 그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고 그래야 세상이 돌아가게 됩니다. 그 누군가가 없어서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그것은 비정상적인 조직이고 조직 관리를 잘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모든 조직원에 대체재를 만들어두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직전 조상의 업적을 잘 물려받아 한 걸음 진일보시키면서 진전해왔다면, 발전하는 조직의 경우도 마땅히 같은 방식으로 진전해야 할 것입니다.
가끔씩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이 있지요. 요리사가 자신의 조리법을 동료나 후배에게 전수시키지 않으려 하고 또 경쟁자는 선배의 ‘비법’을 몰래 빼내려고 하는 그런 장면 말입니다. 그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현실에 사는 같은 조직원들에게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선배는 후배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비법’을 전수시켜 주어야 합니다. 나만 그 재주를 가지려고 애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나에게 이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가 망하는 길입니다. 나의 재주를 공유하고 그것이 구성원들에 의해 더 발전적으로 진화해야 조직의 지적 자산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고 결국 내 봉급도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회사의 가치도 따라서 올라가지요. 내가 가진 재능을 나만 가질 때 심할 경우에는 경쟁사에 밀려 조직의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내 일자리가 없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지요.
내가 노력해서 얻은 재능을 공개하고 공유하면 내 자리가 위험하지 않냐구요? 어느 방송사에서 하는 ‘쿡방’ 프로그램을 보세요. 냉장고 속의 재료들을 이용해 정해진 시간 내에 요리를 만들어내는 대결 프로그램인데, 요리사들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가진 요리 비법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줍니다.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만큼 비법을 숨길 시간도 방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이 요리사들은 조리법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인기가 점점 올라갑니다. 이들이 근무하는 식당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그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몇 달씩 대기하는 사태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기자들의 경우에는 취재 ‘비법’ 전수가 비교적 관례화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겁니다. 수습기자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수습은 기자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수습일 뿐이다’라는 말이었지요. 수습을 ‘사람’으로, 또 ‘기자’로 만들어내는 것이 선배들의 몫입니다. 어떤 선배를 직속상관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밥 잘 사고 마음씨 좋아서 당장은 ‘좋은 선배’처럼 보이지만, 기자로서의 기능과 능력, 자질은 가르쳐주지 않은 선배와 눈물 빠지게 혼내면서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지만 10년쯤 지나고 나니 어느새 나를 ‘기자’로, 또는 ‘피디’로 단련시켜준 선배, 두 사람 중 누구를 기억하고 존경하게 될지 답은 명확합니다. 어디 기자, 피디뿐이겠습니까? 경영, 기술, 사업, 광고...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대체재들이 많아야 합니다. 대체재들이 잘 길러져야 그 조직에 미래가 있는 것이며,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살면서 조직의 미래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오늘 주위 한 번 둘러보시고, 만약 나를 대체할 후배가 없다면 빨리 대체재를 만드십시오. 내가 가진 기술과 능력을 공유해서 그 동료가, 그 후배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후원하십시오. 그것이 조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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