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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만나지 않아 더 멋있는 사람

 

 

최근에 겪었던 일입니다. A는 대중 매체를 통해 상당히 알려진 작가였습니다. 강한 필치로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힘 있게 내세우면서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는 인물이었습니다. 때로는 대중의 공분을 끌어내고 때로는 대중의 동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불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글로써 그를 접할 때마다 ‘멋진 인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나이로 보면 젊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선이 굵은 글을 써내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런 사람을 어느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난 그는 매체에 서 만난 인물과는 사뭇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자부심은 적절한 선을 넘었고 글에서 느껴지던 자신감은 실제 만났을 때는 ‘독선’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만난 자리였지만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쏟아내면서 타인의 주목을 계속해서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실제 그가 끊임없이 쏟아내는 이야기의 포화에 다른 이들은 그저 점잖게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또다른 인물 B가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 꼽히고 명강사로 초대되는 인물입니다. 사안을 꿰뚫는 힘도 가진 인사라 한때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만나서 관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방송이나 글에서 접했던 인물과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적당히 세속적이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온 그의 이력이 그의 말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어느 기업 회장을 만나 점심을 먹었고 어느 기업 사장과는 호형호제한다는 이야기들을 필요한 대목에서 끄집어내는 그의 의도가 읽히면서 시대를 이끌어 가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그에 대한 인상이 무너졌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이처럼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특별히 내 인생에 해를 끼친 것도 없지만 만나지 않았다면 간직할 수 있었을 좋은 인상이 허물어지는 순간입니다. 그것이 대중 매체의 부작용인지도 모릅니다. 대중매체는 어느 사람의 멋있는 한쪽 면만을 부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어느 여배우는 방송에 나와서는 겸손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안하무인이다, 어느 남자 가수는 걸핏하면 주먹질을 해대어서 매니저가 뒤처리하는데 애를 먹는다, 이런 말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카메라는 화사하고 멋진 그들의 얼굴을 ‘창조’해 내지요.


A와 B의 사례를 보면서 저 스스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저를 만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말입니다. 남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것만큼 정직한 평가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은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까?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직접 겪었을 때의 평가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을 때가 진정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난 9월 3일 MBC 본사 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방송대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대전MBC의 이은표 부장과 권성주 PD가 시상대에 올라 수상을 했습니다.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치면서 흐뭇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몇 차례 시상식 자리에 선 경험이 있지만 이처럼 큰 기쁨을 느낀 것은 드물었습니다. <시대의 벽을 넘은 여성>은 기획도 훌륭했고 선정한 인물들도 탁월했습니다. <즐거운 오후 2시>는 어쩌면 텔레비전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수상한 터라 더 의미가 큽니다.


상이라는 것은 그동안 프로그램을 위해 바쳤던 열정에 대한 ‘인정’입니다. 대전MBC가 내년에는 더 많은 수상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내 프로그램을 보고 있고 언젠가는 그 땀과 열정이 인정받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하면 힘이 더 나지 않겠습니까? 지역사에서 두 개 부문에서 수상한 쾌거의 기쁨을 함께 하면서 대전MBC 전 직원에게 자축의 건배를 보냅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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