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친구가 있습니까? 누군가 ‘카톡’에 올린 글의 제목입니다. 그 글에는 잘 알려진 ‘부자 아들’ 이야기가 나와 있더군요. 걸핏하면 친구를 만난다며 돈을 물 쓰듯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테스트를 하지요. 어느 날 돼지 한 마리를 잡아 거적에 싸고 아들에게 깊은 밤 친구들을 찾아가게 합니다. 그리고는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으니 도와달라고 얘기를 하라고 했지요. 평소 친구를 자처하며 술대접을 받고 함께 흥청망청 놀던 이들은 사람 잡을 일 있냐며 모두 외면을 하지요. 살인 사실을 숨겨달라며 ‘시신’을 싸들고 온 친구에게 어떤 이는 화를 냈고 어떤 이는 애원을 하며 거절했고 어떤 이는 냉정하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동안 ‘친구’라며 좋은 음식과 비싼 술을 얻어마시던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아버지는 이제 돼지고기를 거적에 싼 것을 들고 자신의 친구 집을 찾아 갑니다. 아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도록 하고 말이죠. 실수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아버지의 말에 아버지의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지요. “어쩌다가 그렇게 됐나. 걱정하지 말고 이리 들어오게. 같이 생각해보면 방법이 나오겠지.”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에 모두 외면하던 아들의 친구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친구는 우선 안심부터 시켰지요. 멀리서 지켜보던 아들은 그때서야 ‘친구’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껄껄 웃음을 웃으며 아버지는 거적에 쌌던 돼지고기를 풀어놓고 친구와 술잔을 기울였다고 하지요.
당신에게는 친구가 몇 명 있습니까? 어떤 친구들입니까? 잘나가는 자리에 있을 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들끓습니다. 스스로 ‘친구’임을 선언하며 이런 저런 기념일도 챙겨주고 선물도 가져옵니다. 잊을만하면 ‘우정’의 자리를 만들고 어떻게든 연결의 고리를 유지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그 우정이란 것이 상황이 조금만 달라지면 ‘변질’됩니다. 오죽하면 외국 속담에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는 말이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자신이 잘나갈 때 옆에 있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진짜 친구는 ‘시간의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생사고락까지는 아니어도 인생의 높낮이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옆에 남아있다면 진짜 친구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물론 친구라는 것은 ‘일방통행’은 아닙니다. 거래의 기본원칙인 ‘기브앤테이크’가 우정에도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남에게 친구가 되어 주어야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갑자기 ‘친구’니 ‘우정’이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에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어느 기관의 보직에서 물러났는데, 누군가 그분에게 물어봤다고 합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에 그 기관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식사 한 번 한 적이 있냐고 말이지요.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동안 수고했다며 식사에 초대하겠다고 제의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겁니다. 세상이 그런 것인가 봅니다. 수많은 식사 제의와 초대, 이런 것들이 보직에서 물러난 것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 그런 것이 세상 이치인지도 모르지요.
9월은 대전MBC의 창사 기념일이 있는 달입니다. 창사 51년, 51년 동안 대전MBC는 대전과 충남 지역의 ‘좋은 친구’였지요. 이제 세종시의 탄생과 함께 대전, 세종, 충남과 함께 ‘백년 친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음 5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벅차고 한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방송의 환경은 많이 변했고 우리들 스스로 유전자를 변화시켜야 창사 100주년을 뿌듯하게 맞을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찰스 다윈의 말은 우리에게 수백만 년 동안 입증된 진리를 함축적으로 들려줍니다. “살아남는 종은 강한 자도 아니고 똑똑한 자도 아니다. 살아남는 자는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 most responsive to change.)” 9월 한 달은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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