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컬러의 웨이브 머리에 반짝이는 눈망울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박형주 소장. 영화
속에서 보던 예민하고 날카로운 인상의 수학자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보였다. 평소 수학하면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할 만큼 어마무시한 과목으로만 여기는 우리 사회 풍토 때문에 수학의 다양한 모습이 알려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박형주 소장은 수학의 재발견에대해 벼르고 벼르던 이야기들을 맘껏 풀어놓았다.
“우리 생활 곳곳에 수학이 숨어있다.”
어려운 학문으로만 느껴지는 수학은 의외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 흥미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첨단 범죄수사에 필요한 지문대조 기법은 물론이고 인터넷 뱅킹 등에 쓰는 암호를 만드는 데 아주 오래전부터 수학이 활용돼 왔다. 또한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3차원 영상 기술도 수학 암호론이나 방정식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쉽게 보급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수학은 참 아름다운 학문입니다.”
“네? 수학이 아름답다고요?”
포스텍을 비롯해 고등과학연구원, 미국 오클랜드대 등 오랜 시간 수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작년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우리나라 수학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박형주 소장. 그가 수학을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말을할 때 잠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풀어놓는 수학 예찬론은 일리가 있었다. 다양한 증명 방법과 풀이 과정을 익히면서 이성과 합리를 배우는 게 수학 공부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 수학과 문학을, 수학과 영화를, 그리고 미술과 역사, 철학 등을 자연스레 연결하여 그속에 숨은 수학들을 찾아내며 수학과 즐거움이 함께 조화될 수 있음을 ‘증명’해내니 누구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싶다는 인류 난제 중의 하나인 ‘리만 가설’, 그것을 풀면 대체 어디에 쓰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인터넷 뱅킹을 할 때나 카드를 결제할 때 쓰는 보안 시스템이 완전히 뒤바뀌게 돼요.”
수학이 우리 생활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음을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차근차근한
어조로 설명해준다.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빨리 푸는지를 보는 ‘속도·역량’ 검사에 치중하는 한 수학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없다. 수학이 이어져온 역사와 배경을 알고 사회 구조속에서 수학의 의미를 접한다면 훨씬 수학을 친근하게 여길 거라고 말하는 박형주 소장.앞으로 박형주 소장이 수학의 대중화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미 | 작가
<허참의 토크&조이> ‘박형주 소장 편’
4월 2일(토) 오전 8시
박 소장은 ‘알파고 시대의 교육’이라는 강
의를 통해 알파고가 대한민국에 던진 충격
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교육
의 현 주소와 지향해야 할 지점을 제시한
다. 또한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를
계기로 미국의 수학교육 시스템이 변화되
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알파고 충격’이 대
한민국 수학 교육에 있어서 큰 변화의 시
작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4월 2일(토) 오
전 8시, <허참의 토크&조이>에서 평생 ‘수
학’이라는 한길을 걸어오며 지금도 대한민
국 수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박형주 소장의
인생역정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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