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었지?” 주조정실을 들어오며 지난밤 철야 근무를 마친 동료에게 건네는 인사. 방송국의 심장이라 일컫는 주조정실을 지키는 이들은 자나 깨나 방송사고 걱정뿐이다. 4명이 12시간씩 릴레이로 교대근무를 하며 주조정실을 지키는 4명의 MD. 방송 사고가 나는 악몽으로 종종 소스라치게 잠을 깬단다.
별. 별. 별. 편성 운행표엔 별이 와르르∼
강단비 : “MD(Master Director)는 쉽게 말해 방송 운행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프로그램, 캠페인, 예고, 자막광고, CM(광고방송) 등이 편성운행표에 맞게 정확히 운행될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관리하는 것이 우리 업무죠. 방송 송출이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라 늘 긴장하고 있어요.”
강단비 MD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표가 그려진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자잘한 칸으로 나뉜 편성 운행표에는 칸마다 별표가 세 개씩 그려져 있다. 방송 분량과 오디오 레벨 등을 체크한 것이다. 처음엔 연필로, 다음엔 검정색, 마지막엔 빨강. 최종 체크를 마친 편성 운행표엔 별이 가득하다. ‘3번씩이나 확인해요?’라고 물으니, ‘별 세 개 그리고, 한두번 더’라고 답한다. 대전MBC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예고 등은 곱절로 체크한다.
드라마 시청 시 <아침이 좋다>, <뉴스데스크> 등의 예고 자막을 볼 수 있는 것도 MD의 작업 덕분이다. 방송 분량이 초과 됐거나 모자랄 때 필요한 대체방송물(Filler)의 준비와 운행도 이들 몫이다. 이 외에도 DMB 운행, 방송운행일지 기록도 담당한다. 정리하자면, 정확하고 매끄러운 방송 운행을 위한 업무라면 ‘뭐든(M)’, ‘다하는(D)’ 사람들이 MD이다. 이들은 점심이 어떤 메뉴건 후루룩 마시듯 해치우고 업무로 복귀할 수 있으며, 아무리 급한 생리 현상도 여건이 허락될 때까지 참을 수 있는 스킬도 갖췄다.
같은 업무 다른 시간, 친구 같은 동료는 나의 힘
하루를 반으로 잘라 4명이 번갈아 가며 업무를 보기에 MD들은 한자리에 모여 본 적이 없다. 회의나 전달 사항은 주로 SNS를 이용한다. 어쩌다 회식을 해도 늘 1명은 주조정실을 지켜야 했다. 친구들과 근무 시간대가 다르니 만남도 줄어들고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남은 친구들이 없었다며 강단비 MD가 웃는다. 제야의 종소리를 주조정실에서 두 차례 들었지만, 친척 결혼식이나 가족 생일은 번번이 자신의 비번 날과 비켜 지나갔다. 그러나 친구 같은 동료 덕분에 조금 덜 외롭단다. 공감하기에 서로 위로할 수 있는 동료, 그래서 퇴근 후 TV를 볼 때도 마냥 맘이 편치만은 않다.
오후 6시, 교대 근무를 나온 안희진 MD가 인계를 받으며 인사를 건넨다. “별일 없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격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의 매끄러운 연결처럼 인수인계를 마치고 그때에야 비로소 시원하게 숨을 내쉬며 문을 나선다.
MD(Master Director)
강단비 (2009년 입사)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체크 하고, 다시 보고, 확인하고...”
임솔 (2012년 입사)
“교대 근무자가 일하기 편하도록... 서로 배려하는 동료가 고마워”
장미 (2012년 입사)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친구 같은 동료들, 옆에 없지만 앞뒤로 있어 줘서 든든∼”
안희진 (2015년 입사)
“철야 근무를 마친 오전 8시, 출근 인파 속을 역주행하는 퇴근길도 나름 상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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