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는 프로야구 기록지 작성, 취미는 홀로 떠나는 여행이에요. 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이마음 내키는 곳으로 가는 여행. 속도를 즐기진 않지만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그곳에 온천이 있다면 더 좋죠.”
공 하나에 두 번은 없다, 매력 넘치는 승부사
“좌우명이요?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두 번은 없다. 김성근 감독의 얘기로도 유명한 표현이죠. 매 순간이 저에게 한 번뿐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요. 방송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겪었어요. 모든 만남이 감사하고 기뻤던 만큼 이별이 아프고 힘든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환경을 탓하며 힘들어 할 수만은 없죠. 그 상황을 즐기는 법을 배운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의 이 시간은 두 번 다시는 없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평소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에도 시원시원하다. 스포츠 전문 채널 아나운서 시절 피가 마르는 프로 야구의 세계를 오래 경험해서일까, 선이 고운 첫인상과 달리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과 프로 선수의 눈빛이 공존하는 얼굴이다.
“애교도 없고 물건 잃어버리기, 망가뜨리기 선수죠, 남자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가슴을 탁 치며) 내 안에 경상도 남자 있다∼(작가폭소)”
<8시 뉴스데스크>에서 보던 아나운서 박윤희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야구를 몹
시도 좋아해서인지 자주 야구의 세계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야구는 같이 하지만, 순간순간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는 점이 방송과 닮았다고 말한다. 마운드에 홀로 서 있는 투수처럼 자신은 홀로 카메라와 대면하고 멘트를 하지만 외야수처럼 포진한 카메라감독과 기술스태프, 기자들을 생각하면 든든하면서 어깨가 무겁다. ‘외롭지만 든든한’ 이라는 모순된 감정으로 방송의 무게를 표현하는 박 아나운서에게서 프로 방송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송인으로 남고파
“학창시절엔 꿈이 없었어요. 고3 때 생물 시간이었죠. 피임의 도구와 방법에 대한 발표를 맡았는데, 당시 읽었던 쇼 호스트의 책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유명 쇼 호스트가 피임 도구를 판매하는 상황을 설정해 발표를 했죠.(웃음) 반응은 상상이 가시죠? 그때부터방송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진로를 결정하게됐어요. 청소년 여러분, 지금 진로를 정하지못 했다고 좌절 마세요. 꿈은 우연히 찾아올때가 많답니다.”
엉뚱하고 대담한 고3 소녀의 발표는 시간이 흘러 대전MBC로 그녀를 이끌었다. 물론 꿈
을 향해 달려온 시간들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왕성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박 아나운서는 힘든 순간마다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구절이라며 발레리나 강수진의 책 중 한 소절을 소개했다.
“힘든 순간이면 떠올랐어요. ‘몸이 아픈 것은 참아도 꿈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더라. 꿈
이 있는 열정은 식지 않는다.’ 이 순간 모든 걸쏟는 저와 비슷한 인생철학이었죠.”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이 편한 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멘트를 어떻게 전달할지 늘 고민이라는 박윤희 아나운서. 매 순간 모든 것을 쏟아 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녀는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는 죄책감마저 든단다. 지향하는 방송인 상을 물었더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듯 엄숙하게 답한다.
“‘어린왕자’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이다’. 저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고, 오래기억되는 아나운서로 남고 싶습니다. 지역 방송사의 아나운서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늘 방송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내려놓지 않고, 대전MBC 시청자들이 사랑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많이 부족하겠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안시언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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