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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50대 50의 지구를 만들자 - 유엔 양성평등 세미나 참관기

 

3월 8일 108번째 ‘세계여성의 날’을 즈음해 ‘유엔 여성(UN Women)’은 2016년 세계여성의 날 테마를 ‘2030년까지 50대 50의 지구를 만들자: 양성평등을 위한 도약’으로 선포했다. 아울러 3월 14일부터 24일까지 다양한 양성평등을 위한 행사를 펼쳤다. 특히 지난 3월 18일에는 ‘미디어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향해 장벽을 깨트리기 위한 지속적인 도전’이라는 주제로 유네스코와 유엔 여성이 함께 마련한 특별한 행사가 유엔 본부 콘퍼런스 룸에서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미디어 종사자, 정부부처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 언론인 등 200여명이 모인 이번 행사에서는 각 나라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널들이 각국의 미디어에 있어 양성 평등의 현주소와 체험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이 진지하게 듣고 질문하는 모습에서 양성평등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이번 행사의 패널은 유네스코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된 불가리아 출신의 이리나 보코바를 비롯해, 패널 중 미디어계 CEO로 유일하게 초청받은 대전MBC 이진숙 사장과 CNN 전 앵커 클라우디오 팔라치오, 미디어와 성 국제연맹의 사무총장인 콜린 로우 모르나, 유엔 여성 사무총장인 푸르질 믈람보 네쿠카 등이었다. 유엔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할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개 가운데 다섯 번째 목표인 양성평등과 전 세계 여성의 역량강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국제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었고, 사회는 글로벌 미디어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크리스천 통신 국제협의회의 사무부총장 캐린 아텔스테터가 맡았다.

 

미디어에 있어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유네스코와 유엔 여성의 지원으로 발간된 2015 글로벌 미디어 모니터링 리포트에 따르면 미디어에 있어서 양성평등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77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따라서 ‘2030년까지 50대 50의 지구를 만들자’는 양성평등 목표를 실현하려면 모든 여성들의 참여와 여성운동의 강화, 그리고 남성들이 함께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미디어 산업에서 양성평등을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유엔과 정부 관련 부처들은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에 대해 각 패널들이 경험담과 심도 있는 대안들을 제시했다.

 

 


이진숙 사장은 ‘양성평등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에 관한 연설을 했는데 다양한 데이터와 현장에서의 체험담으로 많은 박수와 공감을 받았다. “한국에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과거에 비해 여성 전문직 종사자와 여성 임원도 늘었지만 여러 통계를 보면 아직도 양성평등의 길이 멀멀다”며 “한국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편견과 남성의 저항이라는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한국의 현실을 진지하게 토로했다. 또한 기자 시절 본인의 체험담을 이야기 하면서 법규를 정하는 것보다 실행과 인식 전환이 먼저라고 의견을 제시해 많은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미디어 회사의 결정권자들이 양성평등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체를 통해 여성들의 성공스토리를 적극 소개함으로써 양성평등에 대한 거부감 없는 인식의 장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금번 행사처럼 중요한 행사에 남성 결정권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남성들을 함께 초대할 것을 적극 제안했다.
이진숙 사장은 연설을 통해 본인이 이곳에 패널로 초청받은 것은 한국 미디어계 130명 임원 중 여성 임원이 7명에 지나지 않고, 특히 18개 MBC 지역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 CEO이기 때문인 것 같다며, 본인도 현재 자신이 경영하는 대전MBC에서의 양성평등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필자는 대전MBC의 유일한 여성국장이라는 이진숙 사장의 소개로 20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는데,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더욱 여성의 활동이 확장되고 여성 간부, 여성 임원의 확대로 미디어 산업에서 양성평등이 진정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염원과 격려의 박수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1995년, 유엔은 여성역량 강화 및 양성평등을 제고하고자 ‘베이징 선언 및 행동강령’을 통해 미디어가 여성의 지위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고, 미디어 제작과정 및 정책에 대한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은 멀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7월부터 양성평등 기본법이 전면 시행되었지만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145개국 중 115위로 경제적인 선진국 순위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의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도 OECD 29개국 중 가장 낮은 25점을 받은 한국의 현실을 볼 때 필자는 제작 책임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 간부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더불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미디어 제작과정에서 여성 참여를 확대하고, 제작진들에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전달과 교육, 여성제작자 간의 포럼이나 네트워크 강화 등 미디어에서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디어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향해 장벽을 깨트리기 위한 지속적인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유엔 행사는 인식을 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제작자의 인식 변화가 프로그램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행사는 단지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며, 미디어 속의 여성의 모습을 살펴보고 개선하는 노력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리 편성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