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피사체를 밝게 비추는 것을 뜻하지만 그것은 조명의 일반적인 개념이며 결코 밝게 비추는 것만이 조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TV는 모든 피사체를 카메라를 통해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조명을 세팅할 때 항상 카메라가 피사체를 잡는 방향이나 카메라 앵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풀 샷(Full Shot)을 찍을 때는 밝고 어두운 비율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며, 항상 주광에 유의하고 그림자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명이 비춰지는 곳은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가구 위치, 피사체와 세트 간의 거리, 카메라 앵글 등에 의해 그림자가 보일 수도, 안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명’이라고 하면 형광등이나 가로등, 차량의 전조등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조명은 사실감이 뛰어난 자연의 빛, 즉 태양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조명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시각, 조명 감독의 견해 등에 따라 조명기법이 달라진다. 따라서 조명 작업은 다양한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조명은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하는 작업이므로 야외녹화, 생방송을 할 때 여러 분야의 스태프들과 원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명의 대표적 기능은 물체의 모양과 형태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약화시키는 기능,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경우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기능 등이 있고, 연출을 통해 원근감을 표현한다.
대전MBC는 다양한 뉴스와 편성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각 프로그램마다 세트가 다르다. 조명은 뉴스 스튜디오와 공개홀로 나뉘어 설계되어 있다. 뉴스는 앵커가 항상 같은 위치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명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피사체 보다 시청자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조명 처리가 어렵다. 그래서 세트와 앵커의 거리, 세트의 전체적인 톤, 앵커의 피부색, 앵커의 옷과 안경, 앵커의 시선(프롬프터), 앵커의 자리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조명 작업을 해야 한다.
편성 프로그램의 경우 뉴스와는 달리 시선이 분산되므로 전체적인 조명에 신경 쓰고 특히 풀 샷에서 밝고 어두운 비율을 적절하게 선택해서 그림자 처리를 우선적으로 한다. 또한 빛을 고르게 분산시켜 부드러운 조명(Broad Light)을 해야 하고, 인물이 세트에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조명은 TV 제작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카메라의 렌즈는 우리 눈에 비해 30%(Contrast, 밝고 어두운 비율) 밖에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고 해도 조명은 꼭 필요하다.
세트나 인물처럼 조명은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숨은 조력자다. 때로는 모든 사람의 시각이 같지 않아서 조명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조명감독들은 ‘조명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특히 조명 작업은 광량(빛의 양)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화상에 대한 위험과 램프의 파열 등으로 인한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인물이나 세트에 주광을 할 때는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낙상도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작업이나 운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조명을 통해서 좋은 화면이 만들어졌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김정훈 조명감독 | 편성제작국 영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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