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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사람들

짧지만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

‘까르륵까르륵’ 하는 웃음소리가 정말 있구나싶다. 편성제작국 편성기획부 문자발생팀이라 자신들을 소개하는 그래픽디자이너 셋은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웃음을 쏟아냈다.

 

 

 

 

 


길면 낭패, 단순하지만 효율적으로
고진희 : “CG(Character Generator)는 프로그램의 이해를 돕죠. 화면을 임팩트 있게 자막이나 기호 등으로 표시해 이해와 재미를 높이는 작업이에요. <무한도전>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떠올려보면 CG가 얼마나 많아졌는지 느껴질 거예요.”


고진희 디자이너는 대전MBC 프로그램 중 <허참의 토크&조이>의 CG를 담당하고 있다. 이 외 <테마기행 길>과 각종 특집 프로그램의 CG도 그가 담당한다. 입사 3년 차인 고진희 디자이너가 작업 시 염두 하는 것은 가독성. 쉽고 빠르게 읽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문자의 자간(字間)까지 세심히 신경 쓰는 이유도 그것이다. CG는 프로그램의 상황을 요약하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필수 요소다. 길거나 복잡한 이미지는 이해를 방해할 뿐이다. 최소의 기호와 이미지로 최대 임팩트를 주는 것.


“실제 화면엔 휙∼하고 지나갈 뿐이지만, 그 몇 초를 위해 작업하는 게 우리 일이에요.”


주민희 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인다. “또 하나, 신경 쓰는 건 맞춤법이에요. 저는 <뉴스 이브닝>,<뉴스 데스크>를 맡고 있어서 더 부담되는 게 사실이에요. 대전MBC 입사 이후에 대학입시 때보다 국어 공부를 더 한 것 같아요.”

 

 

방송 시간 맞추려 시동 꺼진 차, 도로에 버리고 오기도
장예지 : “사고요? 맞아요, 아침 6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오다가 차 시동이 꺼져버렸어요. 간신히 갓길로 굴려 놨는데 뉴스 시간은 얼마 안 남았고, 택시도 안 잡히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방송국에 다급하게 전화했어요. 그러자 기술팀이 쏜살같이 달려와 줘서 얼마나 고맙던지(웃음). 방송 내내 경찰과 구청 직원의 전화에 시달렸지만, 방송은 무사히 끝냈죠.”


그나마 차가 말썽인 것은 귀여운 사고인편. CG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작업 자체가 불가능했던 위기도 있었다.


고진희 : “아, 멘붕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구나 싶었죠. CG 컴퓨터 없이 CG 작업을 해서 방송을 당장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어쩔 수 없이 선배들께 SOS를 쳤죠. 비번 선배까지 총출동해서 한바탕 전쟁을 했어요. 여러분이 웃고 보는 자막 뒤엔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답니다. 흑흑.”


선배들의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유감없이 감상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세 명은 동시에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이렇게 돌발상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담당 프로그램에 따라 주말과 달콤한 새벽잠도 포기해야 하지만 작업을 하며 얻는 즐거움으로 모든 게 상쇄된단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즐거움도 없으리라. 이들의 열정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재미있는 토크쇼와 좀 더 전달력 높은 뉴스를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주민희 : “TV랑 영화를 많이 봐요. 그게 공부거든요. 다른 프로그램의 CG를 보며 저런 상황에선 저런 이모티콘과 글자체를 썼구나, 영화 보다가도 글자 폰트와 자막 크기를 무의식적으로 말하게 돼요. 친구들은 영화 얘기, 전 자막 얘기(웃음). 시각 이미지는 예민하거든요. 많이 보고 공부하다 보면 좀 더 효율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도 수월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식간에 사라지는 자막이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좀 더 오래 담기기 바랍니다.”

 

안시언 | 작가

 

 

문자발생팀(Character Generator Team)
고진희 (2014년 입사)
허참의 토크&조이, 테마기행 길, 특집프로그램 담당
장예지 (2014년 입사)
생방송 아침이 좋다, 뉴스 투데이 담당
주민희 (2015년 입사)
뉴스 이브닝, 뉴스 데스크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