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3월 18일 유엔본부에서 있었던 ‘유네스코 양성 평등 세미나’에서 제가 했던 연설을 공유하겠습니다. 원문은 영어인데,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양성 평등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
한국에서 우리는 양성 평등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고 여성 임원도 더 늘어났습니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도 탄생했습니다. 과거에는 뉴욕 특파원 자리가 주로 남성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지상파 3사 가운데 2개사가 여성을 뉴욕 특파원으로 파견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몇 개의 예외적인 사실과는 다릅니다. ‘이코노미스트’ 잡지에 따르면, 한국은 ‘유리천정 지수’ 조사에서 조사 대상 29개 OECD 국가 중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2013년 이 조사를 처음 실시한 이후 한국은 줄곧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또 세계경제포럼이 실시한 양성평등지수에서도 145개국 중 115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언론계의 130명 임원 가운데 여성은 7명에 불과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은 법을 바꾸는 것보다 사람들의 태도(인식)를 바꾸는 것이 더 어려운 나라라고 합니다. 한국에도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평등하게 고용하라는 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 또 일하는 여성을 차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잡지는 2015년 하반기의 ‘최우수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사람들을 표지 모델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32명 가운데 여성은 2명입니다. 이런 장면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요. 2011년 통계를 보면 증권업계에서 남녀 비율은 84대 16으로 남성이 더 많았습니다. 언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방송기자협회에 따르면, 1,287명 기자 가운데 81퍼센트가 남성이고 19퍼센트가 여성입니다. 남성이1,048명인데 반해 여성은 239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하나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여성 언론인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력 1년에서 5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남녀 비율은 6대 4입니다.
몇 년 전 한 남성 임원이 이렇게 말했던 것을 아직 기억합니다. 실력대로만 사원을 뽑는다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여성들은 남성의 편견과 남성의 저항이라는 두 개 전선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998년 임신했을 때 저는사회부에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자 수업을 제대로 받으려면 반드시 사회부 경력이있어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근무 시간은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이었고 강한 여기자가 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 야근도 해야 했습니다. 저는 임신 7개월까지 임신 사실을 숨겼습니다. 임신 사실을 숨긴 것은 저스스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당시 사규는 여성들에게 지금만큼 관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건강 이유 때문에 임신한 여성을 야근에서 빼준 것은 한참 뒤였습니다. 양성 평등에 관한 법규가 있었지만 회사들은 그런 법규를 이행하는데 주저했습니다.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여성이 정책결정권자로 있는 사업장들에서 변화가 먼저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좀 있다가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언론 산업 분야에서는 공공 교육의 형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저는 교육감 한 분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조그만 농촌 출신이었습니다. 10살 무렵인가 그는 삼촌으로부터 위인전 두 권을 받았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위인전을 읽기 전에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농사짓는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자신도 농부가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위인전을 읽은 다음부터 그는 공부에 빠졌습니다. 호롱불을 켜놓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고 불이 날까 걱정이 되어 아버지도 늦게까지 주무시지 못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아버지는 더 큰 도시로 이사를 했습니다. 소년은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했지만 중고등학교 교사, 대학 교수로 이동했고 결국 교육감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서 멘토나 롤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 교육감은 오늘 자신이 이룩한 것은 10살 때 읽었던 위인전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차세대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일입니다. 텔레비전 다큐나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합니다.
동시에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압을 이겨낸 말랄라 유수프사이의 이야기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이런 성공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성 차별을 없애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애물을 극복한 여성들의 성공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위인전이 그 소년의 인생을 바꾸었듯이 텔레비전 다큐는수 천 명 어린 소녀들의 인생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결정’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죠. 예,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들의 성공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회사에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다수가 남성들입니다. MBC 18개지역사 가운데 여성 CEO는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좀 전에 미디어 기업의 130명 임원가운데 여성은 7명이라고 말씀드렸지요. 이런 의미에서 여성 결정권자들을 교육 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이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저는 직장에서의 여성의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우리 직장의 여성들에 대해서도 더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런 행사나 회의는 대중들의 인식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런 행사에 남성 결정권자들을 초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장을 직접 보면 알게 될 것이니까요.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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