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가사람들

오늘 ‘행복지수’ 큰 폭 상승합니다!

  

궂은 날에도 활기찬 목소리로 날씨를 전해요
“힘내시라고요. 올 여름 정말 더웠잖아요. 매일 폭염 예보를 전하다 보니 저도 기운이 빠지는데 밖에서 일하는 분들을 생각하니 더 힘드실 것 같아서 힘내라는 의미로 씩씩하게 전했죠.”


23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시청자 앞에 선 지 10개월. 아직도 ON AIR에 불이 켜지면 긴장보다 책임감이 앞선다는 그녀에게 날씨 예보는 천직인가보다.


빨리 익는 열매가 빨리 떨어진다
날씨 예보는 당일 채점 되는 시험지와 같다. 대자연이 낸 시험문제를 푸는 것이 기상청의 몫이라면 그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기상캐스터의 역할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오답’에 대한 질타는 기상캐스터의 몫인 경우가 많다. 시청자와 직접 대면하기 때문. 벌써 양치기 소년이 된 적도 여러 차례다. 억울하진 않을까?


“억울하다기보다 걱정되죠. 누군가 잘못된 예보 때문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저부터가 ‘오늘은 맑음’으로 예보하고 귀가하는 길에 비를 만난 적이 있거든요.(웃음) 예보가 맞을 때는 칭찬 못 받아도 틀릴 때는 확실하게 매 맞는 게 기상캐스터의 숙명이죠. 대신 평소 느끼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가 하는 날씨 예보를 보고 있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뉴스투데이>와 <생방송 아침이 좋다>를 마치고 모니터링을 하며 김도연 기상캐스터는 활기차게 말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전국이 보인다> 녹화를 위해 자리를 이동해야 함에도, 팔굽혀 펴기를 백만 스물 한 개 째 하는 파워건전지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이 에너지 넘치는 방송인을 날씨에서만 만난다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선 손해일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서두르지 말자고 매번 자신을 다잡는단다. 늦더라도 내실을 다져, 길게 시청자와 만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그런 우려가 느껴져요. ‘여성 방송인은 생명력이 짧다’는 편견에 가까운 우려. 그럴 땐 ‘빨리 익은 열매가 빨리 떨어진다’는 속담을 생각해요. 조급해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자, 다짐하죠. 그러자면 임세혁, 김경섭 아나운서처럼 오랜 시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많은 선배들에게 잘 배워야겠죠.”

 


어느 농부가 보낸 손편지에 보람
김도연 기상캐스터의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30분. 꿀 같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날씨 원고를 쓰는 기상캐스터에게 속상할 법한 편견이기도 하련만 궂은 날씨를 예보하던 예의 그 목소리로 씩씩하게 말한다. 그런 그녀의 마음이 전달된 듯 선물 같은 팬레터도 받았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받았어요. 당시 방송한 지 2개월 정도 됐을 땐데 얼마나 미흡한 점이 많았겠어요. 화려한 미사여구로 눈에 띄고 싶어 하는 팬레터가 아니라 뭐랄까? 아버지가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생업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직업인데 고맙게 잘 보고 있다.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구나!’ 싶어서 정말 보람을 느꼈죠. 격려도 됐고요.”


날씨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절감해 날씨 예보와 함께 ‘생활정보’ 코너도 신설했다.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뉴스투데이 날씨 코너에서 매일 만날 수 있다. 일은 늘었지만 보람 지수는 상승했다고 김 기상캐스터는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편지 속 조언대로 좋은 남자를 만날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일과 열애 중이에요. 보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 방송인으로 시청자와 만나기 위해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걸요. 아직 배울 게 많아요. 지켜봐 주세요.”

 

안시언 | 사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