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
베테랑 DJ 박상희를 만나다.
1977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 대전MBC <별이 빛나는 밤에>, <FM 모닝쇼> 등을 진행했다.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쫀득쫀득한 진행 솜씨로 큰 인기를 얻었다. ‘걸어 다니는 음악 사전’으로 불리며 목소리 하나로 추억의 시절을 호출하는 ‘추억의 안내자’ 박상희 DJ를 만났다.
박상희의 마이웨이
『긴 인생길에 1~2년은 그렇게 큰 절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좌절과 절망 속에서 힘들어 하시는 분에게 용기와 희망을 드리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첫 곡입니다. 칠전팔기 하면 떠오르는 곡!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
“어때요, 멘트랑 노래랑 잘 어울려요? 이 프로그램은 멘트와 내용이 같은 음악을 찾느라고 힘을 쏟아요, 내가.”
정적이 흐르는 한 밤의 라디오 주조정실. 특유의 친근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뚫고 나왔다. 방송이 끝나자, 박상희 DJ가 라디오 부스에서 나오며 필자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MY WAY’는 노래가 히트하면서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예요. 가장이 세상과의 경쟁에서 무너지지 말고, 굳세게 앞으로 가라는 가사죠. 새벽 시간에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늦게까지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깨어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항상 이분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야기와 편안한 음악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죠.”
걸어 다니는 음악 사전
‘감미로운 멘트와 해박한 음악 지식’을 겸비한 박상희 DJ. 37년의 방송 생활 동안 끊이지 않는 레퍼토리로 청취자에게 즐거움을 전해준 그가 숨겨둔 보물을 공개 했다.
“팝송은 자료 싸움이기 때문에 스크랩이 매우 중요하죠. 저는 요즘도 스크랩을 해요. 자료를 사랑, 이별, 경제, 사회 등 주제별로 나누고, 또 장르별로, 가나다순으로 나눠서 분류하죠. 좋은 글들도 절대 버리지 않아요. 시간도 엄청 걸렸어요. 집에 가면 이렇게 모은 자료가 제 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이제 이해가 되요? 제가 어떻게 그 많은 정보들을 술술 이야기 하는지...?”
열정의 아날로그맨
‘진행계의 대부’인 송해 씨는 이렇게 말했다. ‘부단한 노력과 열정, 건강이 뒷받침 될 때 진행자는 오래 오래 빛을 발한다’고. 박상희 DJ는 그의 말을 늘 마음에 새기며 방송에 임한다고 한다. 건강관리는 물론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노력해온 것이다.
“예전에는 ‘LP판’을 틀면서 방송을 했잖아요. 또 ‘릴테이프’에 녹음을 했는데 그걸 편집하려면 가위로 잘라내서 붙이곤 했죠. 상상이 돼요? 요즘엔 마우스 하나로 해결하니, 정말 편해졌어요. 물론 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을 배우는 데 아~주 힘들었지만요.(웃음)”
에피소드 : ‘가수 남진의 부탁’
“예전에 가수 남진이 찾아왔어요. 내 스크랩 자료를 복사해 가겠다고. 왜 복사해 갈까 생각해봤거든. 그런데 우리 가요랑 해외 노래 가사 중에서 비슷한 가사들이 꽤 있어요. 100% 창조는 없거든요. 모든 것이 매개를 통해 영감이 나오는 거죠. 그런 건 표절과는 의미가 달라요. 재창조인 셈이지. 아마 남진도 내 스크랩 자료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박상희 DJ는 20년 전 남진에게 스크랩 자료를 넘겨줬을까, 주지 않았을까? 진행의 대가답게 박상희 DJ는 필자에게 물음표를 남겨둔 채 유유히 돌아섰다. 혹여 궁금하다면 여러분께서 <낭만에 대하여>에 사연을 남겨주시길.
“‘올디스 벗 구디스’라고 하죠. 7080 음악이 먼 미래에는 지금의 클래식처럼 사랑 받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요. 그런 의미에서 가을바람이 살랑거리는 요즘 감미로운 7080 음악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께 Jeannie Riley의 The Wedding Cake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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