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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창

‘숙제’ 뒤에 ‘축제’

 

 

수명이 많이 길어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1년, 남성은 78.5년이라고 하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건데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흔히 우리가 말하는 ‘수명’입니다. 2013년 기준치니까 지금은 조금 더 늘어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건강 얘기와 함께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정년이 연장되어서 60세까지 일을 한다고 해도 퇴직 후에 평균 2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요즘 같은 때에 정년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부분 기업에서는 50대 중반이면 퇴직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 근교의 산들은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언제나 등산객들로 들끓습니다. 사람들이 산으로 몰리는 것은 등산만큼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지공선사’들에게는 막걸리 값 몇 천원만 가지면 건강을 챙기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등산이 최고란 겁니다.


한편에서 보면 산으로 몰려드는 ‘젊은’ 등산객들이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완벽한 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는 일터에서 ‘나이의 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65세가 정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일부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나이에 따른 차별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요. 50대 중반이면 경험이 무르익어 어떻게 보면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을 터인데, 조직 구조상 보따리를 쌀 준비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이 안타깝습니다. 하기야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전쟁을 치르는 판에 정년을 눈앞에 둔 사람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겠습니다. 건강한 조직, 건강한 국가가 되려면 일자리의 건강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테니까요.


사실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청년 세대의 취업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조직의 구조상 50대 중반이나 60대 초반에 일자리를 떠나야 한다면 기대수명이 다하기 전에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런 차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인생의 축제를 준비해야 합니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고, 직장에서 자리 잡는데 평생을 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숙제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축제지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못 했던 것을 이제부터는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축제’는 저절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제’를 할 때 미리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것은 어떤 형태의 삶인지, 그러려면 무엇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지 생각해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흔히 ‘인생 2막’에 성공한 이들은 생계 수단으로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합니다. ‘숙제’에 천착하고 있을 때는 ‘축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없지요. 어느 날 정년은 되었는데, 앞으로 20-3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면 그저 막막할 뿐이겠지요.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 지에 대해 평소에 생각을 해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벌써 9월입니다. 몇 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 열대야, 이런 말을 하던 것이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좀 있으면 춥다는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대전MBC는 최근 ‘아침이 좋다’의 구성을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그 주에 지역에서 발생한 새로운 소식을 정리하는 뉴스브리핑과 현안과 관련된 인물을 초대하는 초대석도 마련했습니다. 대전, 세종, 충남 지역의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소식들을 찾아가서 취재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풀어내려 노력할 것입니다. 9월에는 한빛대상 시상식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전MBC 창사기념일이 있는 달도 9월이지요. 풍성한 수확을 준비하는 한 달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전MBC 사장 이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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