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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MBC ‘형제의 난(兄弟의 難)’

 

대전MBC PD로 입사한지 21년째인 이은표 편성기획부장, 입사 10년을 맞는 권성주 PD가 일을 냈다. 지난 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42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각각 ‘지역다큐멘터리 TV’와 ‘지역오락 Radio’ 부문에서 나란히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히나 권PD는 대전MBC 역사상 처음으로 특집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라디오 부분에서 작품상을 받는 이례적인 쾌거를 이뤄냈다. 이들 형제(?)의 이유 있는 수상 후일담을 들어보았다.

 

 

 

 

각별한 인연의 형제 같은 두 PD
<행복한 일요일>, <이야기쇼 타임워프>, <도시락>, <허참의 토크&조이>.. 대전MBC를 대표했던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이은표, 권성주 PD가 함께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권PD가 입사한 이후로 두 사람은 계속 프로그램을 함께 맡아 왔다. 이후 이 부장은 편성기획부장으로, 권 PD는 라디오 연출로 업무를 달리했지만, 평생 한 번 받기 힘들다는 방송대상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마디로 ‘열심히 하는’ PD이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이은표 부장의 말이다. 이에 질세라 권성주 PD는 “누군가와 같이 수상했으면 했는데, 그 사람이 이은표 부장님이라서 기분이 더 좋습니다.”라며 맞장구를 친다.

 

 

 


지역성과 역사성을 대표하는 ‘여성’에 주목
<시대의 벽을 넘은 여성>으로 작품상을 받은 이은표 부장은 지역 MBC 9개사 공동 제작의 기획을 맡으며 아이템 선정부터 선정부터 공을 들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숨은 명인’ 등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을 수 있는데다, 양성평등의 선구자적 역할을 조명할 수 있는 ‘여인’들에 주목한 것이다. 여성 교육을 위해 힘썼던 광주의 김필례, 일제시대 최초 여성 의병장인 춘천의 윤희순, 최초 여성 비행사로 유명한 울산 권기옥, 그리고 자유연예를 주창하며 여성들의 잡지 ‘신 여자’를 창간한 충남 예산의 일엽 김원주 선생 등이 주인공들이다. 훗날 불심에 귀의한 김원주 선생의 모습을 재연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이 부장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뜻밖의 도움을 받았다. “예산 수덕사를 갔더니 김원주 선생의 모습과 비슷한 여승이 계신 거예요. 큰 기대 없이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촬영에 응해주셨고, 적지 않은 시간인데도 제작에 협조해 주신 수덕사 여승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즐거운 오후 2시>를 20자로 정리하면?
‘웃고 울고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즐거운 오후 2시>를 20자 이내로 홍보해 달랬더니 단 몇 분 만에 정확히 20자를 맞춘다. 올해 라디오로 옮긴지 7개월 만에 상을 받게 된 권PD는 10년 넘게 선배들이 다져온 프로그램에 숟가락 하나 얹은 것 같다며 쑥스러워하지만, 누구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깊게 느껴진다. 권PD는 라디오를 맡았을 때 ‘TV에서 영상을 빼면’ 라디오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가 확실히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소리만으로 이뤄지는, 소리 하나로 장면을 연상하게 해야 하는 라디오의 특성과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특히 젊은이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동시간대 다른 방송들과 달리, <즐거운 오후 2시>는 지역의 중·장년층이 어렵지 않고 친숙하게 들을 수 있어서 차별성이 있다. “지역의 민담과 전설을 드라마로 재구성한 ‘고향의 전설’이나 ‘청취자 전화연결’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즐길거리가 부족한 중·장년층이 욕구를 해소하는 창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그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싶습니다.” 라며 프로그램 개편방향을 살짝 내비친다..

 

 

 

 

앞으로 또 일 낼 ‘의로운 형제들’
<이야기쇼 타임워프 시즌2>, 이 부장이 앞으로 현업으로 복귀한다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뽑은 1순위이다. 주목받는 특집 다큐멘터리도 좋지만, 우리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레귤러 프로그램으로 감동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개그와 역사, 눈물을 함께 녹여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권성주 PD와 함께 만들고 싶다고 한다. 권PD 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꼭 큰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두 선후배 PD의 모습에는 종갓집 큰 형과 막내 동생의 끈끈함이 배어 있다. 언젠가 이들이 만들어갈 또 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신명나게 일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조형찬 | 경영기술국 경영심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