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ithyou

토크쇼,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프로그램, 토크쇼
스타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가 큰 인기를 얻은 시기가 있었다. 90년대 후반 즈음으로 기억한다. <이홍렬 쇼>, <서세원 쇼>, <김혜수의 플러스 쇼> 등 당시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목표가 본인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소문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프로그램 제목에서 연예인의 이름은 사라졌지만 토크쇼의 바람이 새로 불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SBS의 <힐링캠프>, KBS의 <승승장구> 등 한 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 다시 유행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위시한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과 <슈퍼스타K>에서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토크쇼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년 아니,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람의 진정성 어린 이야기들을 들으며 감동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토크쇼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
대전MBC에도 3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토크쇼가 있다. 바로 <허참의 토크&조이>. 지금껏 150여 명의 게스트가 많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나는 담당PD로서 토크쇼를 제작하는 일은 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이 사람을 시청자에게 가감 없이 알려주는 일이 토크쇼 제작PD의 일이다. 그러다보니 매 회 녹화가 그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녹화가 있는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은 어느 때보다 긴장이 많이 된다. 혹시나 내가 게스트에 대해 놓친 부분이 없는지 계속 체크하게 되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게스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녹화 도중에 미처 내가 조사하지 못한, 게스트가 다른 매체에서 말 하지 않은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담당PD에겐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숨은 진주를 찾아라
현실적으로 지역방송사에서 토크쇼를 제작하는 일이 쉽지 않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사를 섭외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게스트의 인지도’가 늘 문제다. 잘 알려진 인사가 출연하면 물론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제작을 하다보면 꼭 인지도가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인생 사연들이 유명 연예인의 연애사보다 훨씬 값진 경우가 많다. 그 중에도 상당히 기억에 오래 남은 게스트 몇 명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125회에 출연했던 블루스기타리스트 김목경. 일반 대중들은 그를 잘 모른다. 하지만 고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라는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많다. 이 곡의 원곡자가 김목경이다. 그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정을 받는 블루스기타리스트이다. 웬만한 블루스뮤직 페스티벌에는 다 초청을 받는다. 세계적인 전자기타 제작사인 ‘펜더’에서 헌정기타를 줄 정도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그의 모습은 매우 소탈했다. 대단한 유명세나 큰돈을 원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음악만 평생 하고 싶다는 게 꿈이었다.


122회 게스트인 샌드애니메이션 작가 김하준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세계 최초로 샌드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사람이다. 미술 전공이지만 돈이 없어 재료를 못 사고 공사판에서 일용노무직으로 삶을 연명하던 시절, 공사장에 쌓여 있는 모래를 보고 ‘이걸 써볼까?’ 해서 시작한 일이 샌드애니메이션이다. 그를 살린 모래를 가지고 지금은 그가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영화보다도 더 큰 감동을 준다. 신기하게도 그 역시 매우 소박한 성격에 사람 좋은 인상이었다. 자기분야에서 최고인 사람들이 되레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토크쇼
<허참의 토크&조이>는 곧 3주년을 앞두고 있다.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막을 내리는 프로그램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제법 장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토크쇼의 저력이 아닌가 싶다. 크게 성공한 사업가든, 자기 분야에서 1등이 된 전문가든 다 사람이다. 시청자와 똑같은 사람이다. <허참의 토크&조이>를 보고 희망을 얻고 감동을 받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수 있길 바란다. 어깨가 무겁다. 특별한 듯 평범한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또 들으러 가야겠다.

 

이민수 PD | 편성국 편성제작부